호잉과 작별의 무게
2020.06.22. 월요일
니퍼트를 보유한 두산 팬이 부러웠었다. 외국인 선수는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매년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는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무려 7년을 함께 하는건 흔치 않다. 니퍼트의 헌신적인 태도와 감화를 주는 인성,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이 매력적이었다. 한화에도 니퍼트 같은 외국인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제러드 호잉이 웨이버 공시되었다. 2년 반의 동행이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한 때는 우리도 장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해보나 장미빛 미래를 점쳤지만 여기까지인가 보다. 성실한 태도와 팀에 녹아드는 모습이 매력적인 선수였다. 허나 경기의 승리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늘 못했다면 떠나보낼 때 속이라도 시원하지. 마음이 불편하다.
2018년 개막전 첫 경기를 고척 경기장에서 관람했었다. 호잉은 세간의 우려로 외국인 타자임에도 7번 타자에 기용되었다. 그는 첫 타석에서 자신에 대한 수비 시프트를 비웃듯이 3루를 향해 번트를 치고 1루로 내달렸다. 그 날 3안타를 기록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계속해서 홈런과 안타를 쳤고,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에티튜드를 보이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난히 2018년에 호잉에 대한 추억이 많다. 두산과의 경기에서 9회말 동점 홈런이나 포스트시즌에서의 역전 홈런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2018년의 호잉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였고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스피릿의 중추였다.
야구 구단에게 선수 한 명 한 명은 경제적 단위로서 생각되고, 프로는 현재와 미래 가치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난 날들의 공로는 공로일 뿐, 지금은 작별해야할 때가 맞다. 모든 지표는 그와의 작별이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했다. 프런트의 결정은 냉정하지만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랑과 이별도 지표로 알 수 있다면 편하고 공정하며 결정을 지지받긴 하겠다.
다만 추억만큼은 팬의 몫인 것 같다. 호잉은 어떻게 기억될까. 흥을 부르는 응원가, 그리고 내야 땅볼을 날려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던 모습으로 기억할 것 같다. 그 때의 좋은 기억을 선사해주어 고마운 마음을 담고 보내야겠다. 다음 외국인 선수는 딱 7년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