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6. 25. vs 삼성
"스코어만 확인하고 꺼야지." 저녁 약속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하여 본다. 실망이 일상이지만서도, 하루 지나면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원한 기업에 탈락할 줄 알고 있으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안고 서류 합격 여부를 확인하는 심정과도 같다.
어라? 리드하고 있다. 오늘 선발이 김범수였는데, 6회까지 분투하고 있었다. 웬일인가 싶다. 드디어 김범수는 포텐이 터지는건가?
류현진 이후의 수많은 한화 투수들은 죄다 불완전연소밖에 할줄 몰랐다. 유원상, 윤규진, 안영명, 김혁민과 안승민 등이 그러했다. 가진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한계를 넘지 못하는 장면만 봐왔다.
이건 정말 복창 터지는 일이다. 마운드에 올라 볼만 계속하여 던지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괘씸하고 화가 난다. 취조실에 들어가서 선수를 대질 심문하고 싶다. 당신이 공을 던질 곳이 거기밖에 없나? 왜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물론 기대한 내가 잘못한 것이지 선수에게 법리적인 잘못이 있는건 아니다.
유망주가 재능을 연소하기 위해선 다방면의 역량이 요구된다. 기술력과 피지컬의 강화, 체력의 보강과 풍부한 경험,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모두 일정 수준을 넘어야 비로소 재능의 완전 연소가 가능하다. 그러니 이성적으로 이해는 가능하지만, 답답한 모습을 보여줄 때면 머릿 속이 하얘지는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이건 완전히 우리 부모님이 나를 보면서 드는 생각과도 같은거다. 속터지고 답답하고 왜 저러나 싶지만 어쨌든 애정을 주고 격려도 해보며, 잘 커주기를 바라는, 뭐 그런거와 유사한거 같다. 한화의 투수들이 자신의 재능을 완전 연소를 해서 대성하기를 바란다. 한꺼풀을 벗고 도약한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난 날들에 내게 준 상처는 아무 거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