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2. vs 기아
꼴지 팀에게도 마지막 자존심은 있다. 이 날 2번의 안타와 2번의 볼넷을 기록한 2000년생 정은원은 한화 야구를 보는 내게 몇 안남은 이유다. 유니폼 판매 부동의 1위이며 입단하자마자 좋은 야구 실력을 선보였다. 3년차이지만 매 년 성장하는 모습과 성실한 자기 관리는 어느 팬에게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2019년부터 한화 야구는 적어도 팬들에게는 철저히 정은원 중심으로 움직였다. 정은원이 오늘은 잘하고 있나 티비를 기웃거리고 기록지를 뒤져보는게 한화와 관련한 유일한 낙이다. 어제 대비 타율이 1푼 올랐을 때의 뿌듯함은 우리 아이 키가 자란 걸 확인했을 그 희열과도 같을 것 같다. 그러니 정은원이 한화팬들에게 '아들'로 불리는 것이다. 자식의 그 무수한 속 썩이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애정할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내고야 마는 부모의 심정으로 한화 야구를 연명해 나간다.
이처럼 좋게 미화하면 부모-자식간의 관계인거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전형적인 중독자의 심리 패턴이다. 야구팬의 심리는 대단히 간사하여, 야구를 볼 합리적인 이유 단 한가지만 있어도 결국 티비 앞에 앉게 된다. 비록 그 팀이 1주일 6번중 5번을 지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중독자들은 답이 없는거다. 단 하나의 해야할 이유라도 찾아서 결국 그 일을 실행하고야 만다. 나머지 99개의 지표는 제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가리키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 날은 그 날마다 나의 행동을 합리화할 이유가 있다.
정은원이 주루 중에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야구장 먼발치에서나 봤었던 이 어린 선수 생각에 저녁에서 아침까지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부상 관련 소식이 업데이트되나 네이버 뉴스를 오가며 확인했다. 한화 야구의 유일한 즐거움이고 시청하는 이유가 되어주는 정은원, 너마저도 없다면 오늘 한화 야구를 시청하는 실낱같은 의미는 날아가 버릴 것이다. 이제 더는 신물나는 패배를 못버티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