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9. MON
아침부터 비 내린다. 시원하고 좋다. 밀린 청소를 하고 부지런히 구직 지원서도 작성하여 본다.
이런 날은 독서실보다 카페가 더 좋다.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 쾌적한 실내, 따뜻한 커피는 기분을 낫게 한다. 일 주일 중 유일하게 야구 없는 월요일. 저녁에 친구와 녹두전에 막걸리 한 잔 하면 그만한 낙이 없다. 취하는 게 즐거운 날. 스트레스 없는 날.
야구팬 각각에게 월요일은 의미가 다르다. 최근 잘나가고 있다면 휴일조차 아깝게 여길 것이다. 스코어북과 기록지도 찾아보고 하이라이트도 다시 돌려보는 탐구의 시간이다. 야구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일일 단장이 되어 트레이드 방법도 강구해본다.
형편없는 팀의 팬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늘 잘하는 팀은 없어도 늘 못하는 팀은 있다. 그들에게 이 날, 월요일만큼은 삶에 집중하고 밀린 일들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야구를 잊고 삶을 돌아보는 하루. 인생에 재밌는 일들이 많다는 걸 체감하는 하루.
월요일 저녁부터 화요일 오전까지는 마음이 초조하고 긴장된다. 주말이 끝나가는 직장인의 심정이다. 이제 일주일의 시작을 어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화의 야구를 시청해야 할까. 허나 내가 통제할 방법은 제한되어 있으니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후에 나의 뇌를 연구해보면, 여타 중독자의 뇌 구조와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주는 우리 팀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괜한 기대를 해보며 6시 30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