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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Jun 27. 2020

인생 즐겁게 살려면 기대를 낮춰야

2020.06.27. vs KT


5시에 집으로 기어들어온 까닭은 토요일엔 야구가 5시에 하기 때문이다. 라인업을 찬찬히 분석하고 정진호 선발 기용에 탄식하며 머릿속으로 오늘의 경기를 미리 시뮬레이션 한다. 어제까지 2연승한 한화이글스가 오늘은 어떻게 연승행보를 이어나갈지 기대하며 티비를 틀었다. 오늘 저녁은 부대찌개와 탄산수다.


1회부터 2점을 득점하며 한화가 경기를 리드했다. 이때까지는 신났다. 아마 2회까지는 나도, 모든 한화팬도, 상대팀 KT조차도 한화를 잠시나마 강팀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1회부터 2-0으로 리드하던 경기는 이후 만루 찬스를 놓치며 흐름이 끊겼다. 선발 김민우는 분전했다. 우리 팀은 실책이 몇 차례 나오고 잡아야할 찬스를 놓친다.



상대 선발 쿠에바스는 불안한 1-2회를 보냈다. 하지만 3회부터 상대팀이 한화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다. 좋은 투구내용을 보이기 시작했다. KT 타자들도 찬스를 착실하게 만들어갔다. 결과는 2-7. 한화의 패배. 어제까지 2연승 했다고 경기 시각에 맞춰 집에 들어올 필요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니까 이 팀이 지적받는 문제점은 매번 돌고 돈다. 경기에서 끈질긴 모습,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한다. 그렇다고 관리와 시스템 야구를 하면 상대팀은 약팀으로 인식하고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애초에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할 뿐이다. 팜 시스템에서 충청도 야구 환경의 지리멸렬함을 탓할 수도 있겠고, 지도자의 잦은 교체가 부수적 원인일수도 있겠다.


어쨌든 속상한 건 한화 이글스와 관련한 모든 종사자들, 그리고 팬들이다. 그중 제일 한심한건 오늘 좋은 결과를 얻을거란 기대감이 한화 야구를 즐기는 데엔 전혀 도움되지 않음을 또 까먹었다는거고. 시즌 승률이 아직 30%가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24시간 정도가 야구팬의 기억 존속 시간인 것 같다.


그러니 이건 그냥 로또 복권 긁는 행위와 같은거다, 생각하고 기대 없이 즐겨야 좀 낫다. 인생의 행복 총량을 높이려면 역량을 높이거나 기대감을 낮추거나 둘중 하나인데, 전자는 도리 없으니 아무래도 후자를 택하는 게 보다 경제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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