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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관계 1

by 딸기라떼 Feb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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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쁜 애 하나에 맞서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속 터질 것만 같았다.

난 왜 늘 이런 식일까, 왜 늘 당당하지 못할까 생각했다.

세상에는 크게 나누자면 네 가지 종류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사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도 약한 사람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도 강한 사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세 번째인 것 같다. 강자는 두렵고 약자는 불쌍하게 느껴진다. 순해 보이지만 우유부단 하단 것이 장단점이 될 수 있다.

이중 무엇 하나가 좋고 나쁘다고 딱 단정 지을 순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로선 비겁한 두 번째 유형은 정말로 되거나 만나고 싶지 않았다(지금도).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국제학교, 심지어 우리 반에 그 빌런이 숨어있었을 줄은...


알고 보니 그 애는 첫날에 학교 주변을 소개해줬던 또 다른 인도 여자아이 K양이었다(T양 아니에요).

처음엔 그저 엄청나게 까불고 활발한 T양과 꽤 친한 애인 줄 알았다. 종종 둘이 붙어 다녔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했다. 친구라기엔 좀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 보였다.

체육시간에는 피구를 할 때마다 체육선생님이 팀 대표를 뽑아서 한 명씩 팀원을 고르는 방식을 사용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남는 아이 기분은 어떨 거 같은지 모르시는 걸까, 조금 실망했다.

손을 잽싸게 들어서 거의 늘 대표였던 K양은 마지막에 나와 T양 단 둘이 남았을 때 무조건 날 골랐다. 전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내가 T양보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계속 날 고르니까 괜히 미안하고 신경 쓰였다. 한 번은 피구 시합이 끝났는데도 K양은 T양에게 자꾸만 뒤에서 공을 던졌고, 아무 말 없이 맞고 있는 T양이 너무 쓸쓸해 보였다.

점심시간에도 T양과 놀다가도 다른 애가 부르면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버려 혼자 있는 T양이 종종 보였다.

누구라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표정으로 축 쳐져있었다. 사실 나도 T양이 한국친구들을 알려준 이후론 T양과 논 기억이 없어서 미안했다. T양 아니었으면 혼자였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한국친구들에게 설명한 후 되도록이면 T양과 놀았다.



하루는 미술시간 때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는데 K양과 마주쳤다. 속으론 K양에게 대체 왜 그러는지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인사하고 가려는데 갑자기 K양이 따라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You choose, me or T(양)."

어?

"What?" 하고 못 들은 척하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다시 자기냐 T 양이냐 선택하라고 말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모른다고, 둘 다 좋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K양이 아니었다.

사악한 악마처럼 웃으면서 계속 고르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해댔다. 그때 정말이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또다시 둘다라고 답하니 다행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물론 속으론 백번 천 번 T 양이라 생각했지만 말이다.

미술교실에 다시 들어가서 난 그리던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선을 종이에 고정하고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T양의 작은 비명이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그림을 보고 속상해하고 있었고, K양은 옆에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순간 너무나도 화가 치밀어 올라서 주체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정확히는 못 봤지만 K양이 T양의 그림을 망쳐놓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비웃고 있었단 게 못됐단 것이다. 너무나도 미웠다. 이젠 진짜 못 참을 것 같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게 위로 끌어올라 터질 거 같았지만 연필을 꽉 쥐면서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예전에 했던 일 하나가 떠올랐다.


저번에 T양의 생일날에는 생일선물을 고르는데 괜히 K양이 신경 쓰였다. 가뜩이나 T양 싫어하는 것 같은데 자긴 안 줬다고 나 아니면 K양에게 분풀이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됐다. 그래서 그냥 K양 것도 똑같이 샀던 적이 있는데 너무 후회가 되었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너무 심하다. 도대체 K양은 T양한테

왜 그럴까... 다른 애들이랑은 잘 놀면서 T양한테만 그런다. 참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비겁한 것 같았다. T양은 정말 좋은 친구니까 T양이 더 좋다 하면 되는데 왜.. 그 말 하나를 못하나.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집에 오면서 이런저런 후회와 생각에 정말 속상하고 짜증 났다.


 왜 이런 삼각관계가 되었을까..?




(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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