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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름이 몇 개야!

by 작은 브러시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러분이 아셔야 할 것은, 바로 내 이름이다.

원래 작가명이 딸기라테니까 이름은 굳이 안 밝히려 했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이 글을 쓸 수 없으니까.


내 이름은 세은이다. (성은 밝히지 않겠다. 그냥 너무 공개하는 것(?) 같으니까)

국제학교에서도 따로 영어 이름을 짓지 않고 한국 이름을 썼다.

외국인들이 '세은'이라 발음하기 힘들거라 생각해서 그냥 처음부터 '시은'이라 부르라 했다.(따지자면 그게 영어 이름이었을 지도)

누구는 세윤이나 시윤이라 부르기도 했다. 뭐 시윤까지는 괜찮았다.

그 이상이 생겨날 줄은 몰랐다.


자 두 이름을 비교해 보자,

Jiyun / Seeun

지윤과 세은.

일단 지윤은 참 쉽지 않은가. 학교에 지윤이라는 한국애가 있었는데, 그 애 이름을 잘못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 이름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 보면 꽤 다양하다.

Se eun 세 은: 이게 내 이름의 진짜 발음이지만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은 한국친구들 뿐이었고

어떻게 보면

See un 시언이나 시윤 이렇게도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꽤 많은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란 것이다.

내 이름을 괴상하게 잘못 부르는 분들은 거의 중국어 선생님들이었다.

4학년과 5학년 때 초급 중국어 선생님은 나를 씨옌이라 부르셨고 6학년 때 첫 번째 초급 중국어 선생님도 시연 같이 부르셨던 것 같다. 하지만 끝판왕은 6학년 때 중급 중국어 선생님이셨다.


친한 친구와 함께 6학년 때 중국어 레벨업을 한 후, 행복한 마음으로 새 반에 들어갔지만 그 행복은 약간의 답답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시는데 갑자기 우리 반에 없는 누군가를 부르시는 거다.

계속 "쑤인, 쑤인, 노 쑤인?" 이러셔서 우리 모두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난 그때 속으로 '오, 그런 이름을 가진 애가 있나? 특이하네 하하.'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약간 싸했다. 혹시 저게 나인가? 저 이름과 그나마 비슷한 이름은 나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서 확인해 봤는데....

엥, 나네? 음.. 약간 많이 충격이었다. 어떻게 s e e u n이라고 써져 있는 걸 su in 같이 읽으실까 싶었다.

오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ㅎ 뭐 어때, 가르쳐드리자 하구 알려드리니까 다행히도 단번에 이해하셨다...

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바로 수인이 되어있었고 6학년이 끝날 때까지 난 선생님의 쑤인 스튜던트였다. ^^

(이 선생님 분께 답답함을 느꼈던 건 의사소통에 많은 오류가 있었기에.. 이하 생략)


그렇게 난 국제학교에서 이름 부자였다. 뭐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들이 조금 있었지만 점차 시은이 더 익숙해지는 날까지 왔다. 그리고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영어를 더 잘하는 한국여자애는, 학년이 끝날 때까지 날 김시은이로 알고 있었고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좀 웃기다. 처음에는 나중에 말할까 싶다가 갑자기 말하면 당황할 거 같아서 평생 비밀이 됐다. 하하. 시간이 지나니까 외국인들이 내 이름 발음에 서툰 것이 익숙해져서 인지 처음 보는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 날 어떻게 부를까 궁금했다. 결국에는 그 어떤 이름도

쑤닝을 이기지 못했다는... (ㅋㅋ) 게 결론(?)이다.


뭐 굳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들어본 이름을 세어보니 한 여덟 개 정도 된다. (이 정도면 이름 부자 인정하지 않아요?)


어쨌든간 4학년은 가장 얼렁뚱땅한 해였다. 가장 천방지축이었을 때였으니까 말이다. 이때가 힘겹게 알을 깨부순 조그맣고 눈도 못 뜨는 병아리였다면 5학년 때는 조금 더 늠름하고 용맹한 병아리가 돼있었다.

아직 다리를 덜덜 떨었지만 말이다.


다음화 예고:

오 마이갓. 이럴 수가.

그건 중국어 쌤의 한계치였다.

수업 중에 노트북을 덮어버리셨고 정말로 우실 것처럼 눈이 충혈되셨다.

우리는 그 긴장감 넘치는 둘의 대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마디 없이 관전했다.

T양의 원수였고 나의 원수였지만 이젠 중국어쌤의 원수,

그렇다. 또 K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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