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삼각관계 1편을 올리고 나서 2편을 대략 어떻게 쓸지 생각해 보았다.
K양이 요래하고 요래해서 T양이 저래하고 나도 저래했다
써야지, 그리고 결말이 어떻게 됐더라...
아, 그냥 그렇게 끝났었지.
당연히 무언가 조치를 취했을 거라 생각했다. 액션 영화처럼
강력한 킥을 날리진 못하지만,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렸거나 뭐 어떻게든 얘기를 했겠지, 히히 사이다 에피소드 재밌겠군. 이런 생각만 잔뜩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런 적이 없단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학년이 끝나자, T양이 전학을 갔다.
물론 국제학교에서의 전학은 참 흔한 일이다. 특히 부모님의 일 때문에 온 거라면 언제든지 귀국해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K양 때문에 전학 갔던 건가?
충분히 말이 된다. K양의 괴롭힘이 점점 줄어들긴 했지만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순 없지 않았나.
그렇게 계속해서 K양은 늘 나랑만 같이 있으려 했고 못됐다며 험담을 해대며 T양을 따돌렸다. 그래도 난 그냥 멍하니 있지만은 않았다 생각했다. K양이 험담을 할 때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런 애 아니라고,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만큼 빠르게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하곤 했다. '투명인간에서 회장까지 1'이라는 글에서 말했듯이, 난 어릴 때 무척 내향적이어서 말을 하려고 할 때면 목구멍에 뜨거운 돌이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거절이나 무언갈 딱 단호하게 말할 때면 없던 뜨거운 돌이 자꾸만 걸리는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거나 빠르게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곤 한다. 왠지 모르겠다. 강약약약인 나에겐 이런 게 하늘에 별따기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그렇게 소심히 선을 긋곤 했지만, 그건 오로지 나를 위한 선이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멍하니 있는 거나 그렇게 조심스럽게 선을 긋거나 차이가 없지 않나 싶었다. 그냥 나 하나 그렇게 약하게 말한 게 소용이 있었을 리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게 나았지. 큰 후회가 밀려왔다. 그 강약약강 K양이 그런 말 하나에 흔들렸을 리가. 내가 못 봤을 때 좀 더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고, 누가 알까.
내가 내 생각보다 한심했어서 놀랐다. 원래 T양이 떠나지 않았다면 5학년 때도 같은 반으로 가는 거였는데 K양이 멈췄더라면 계속 있었을까. 가기 전에 선물도 주고 갔는데 그저 해맑게 좋아했던 내가 바보 같다. 그만큼 날 잘 챙겨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던 애였는데 참 미안하다.
이런 일들 때문에 혹시 K양 때문에 간 걸까 추측해 본 것이다. 물론 진실을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반성문 읽는 느낌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어쩌겠나 지나간 일인데 뭐. 내가 좀 부정적 마인드로 쓴 것은 맞지만 지금 난 괜찮다. 그냥 이 에피소드를 쓸려고 회상해 보다가 다시 좀 미안한 감정이 잠깐 든 것뿐이다. T양
도 지금 어디선가 즐겁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
사이다가 아닌 퍽퍽한 고구마가 된 것 같아 적잖게 죄송하다. 그렇다고 결말을 멋있게 가짜로 지어내서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과 나 같이 고구마 엔딩을 만들 수밖에 없던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가끔은 강강약약이 되기 위한
작은 용기라도 가져보자
+ 물론 용기를 못 냈더라도 계속 후회하지만은 말자. 다음에도 분명 타이밍이 있을 거고 우리의 미션은 그 타이밍을 잡아보는 것 아닐까? 한번 잡으면 계속해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지으며,
다음 글은 유쾌하고 가볍게 읽으실 만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에는 예고 안 넣어보겠습니다. 제목 보시고 상상해 보시길. ㅎㅎ[휴.. 제가 게으른 탓에..] 요즘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 같지 않으세요? 정말 봄이 오나 봐요! 왠지 설레네요. 저에겐 중학교 입학도 다가오네요 ^^ 설레는 첫 봄날 보내시고 있길 바라며 이만 끝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