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내가 국제학교에서 겪었던 가장 당황스러웠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때는 5학년, 참 해맑고 순수하던 시절이었다...
나의 국제학교에는 유치원생부터 고3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유치원 건물, 초등 저학년 건물, 고학년과 중고등학생 건물, 이렇게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우리 반은 한 달에 한 번씩 유치원 건물에 가서 일곱 살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공부를 하지 않고 귀여운 꼬맹이들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
그런데 유치원에 간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 하나가 터지고야 말았다.
한 반의 유치원 아이들과 한 명씩 짝지어 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내 짝은 한 귀여운 동양 남자아이였는데 어몽어스 캐릭터를 그려달라 했다. (참고로 어몽어스 Among us란 '우리 중에'라는 뜻으로, 마피아 게임과 비슷한 비디오 게임이다.)
마침 남동생이 한창 어몽어스에 푹 빠져있을 때라, 난 어몽어스를 쉽게 그렸다. 그냥 어몽어스는 재미없으니까 조용히 하라고 쉿! 하고 있는 어몽어스를 그렸다. 밑에 사진처럼 말이다.
손가락 표시를 그리긴 했지만, 이해하기 쉽게 '쉿' 소리를 영어로 썼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나는 영어로 '쉿' 하는 소리를 글론 써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그냥. 그래야 할 때가 딱히 없었으니까.
그래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고 생각했다.) 쉿은 쉿이니까.
'받침이 있으니까 t로 끝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미리 사과드리고 양해 부탁 드립니다. ㅜ)
'Shit'라고 썼다.
그런데 여기서 더 최악이었던 것은 그 뒤에 엄청나게 많은
t와 느낌표를 썼던 것이다. 그러니까,
Shitttt!!!
이랬던 것이다. 난 참 단순하게도 이게 우리말 '쉿!!!' 하고 다를 게 없다 생각했다.
유치원 아이들과 바이바이 하고 교실로 돌아왔는데 담임쌤이 너무나 심각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쌤이 말씀하시길 누군가 종이에 욕을 써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몽어스를 그린 애들 모두 모여보라고 하셨다. 대부분에 애들이 쌤이 보여주시는 그림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속으로 '난 아니겠지만 어떻게 해놨는지 봐야지~' 하면서 갔는데.. 엇... 어?.. 네??
내 그림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갑자기 땀이 삐질삐질 났다. 내가? 내, 내가 욕을 썼다고?
아아... 이런. 너무 당황스러웠다. 정말이지 한국어 욕도 생전 안 써본 내가 영어 욕을 국제학교에서 썼다고 한다.
담임쌤이 내가 쓴 단어는 아주 나쁜 단어라고 설명하셨다. 번역기를 돌려주시니 똥이라고 나오긴 했지만 아무튼 그냥 나쁜 욕이었다.
내가 유치원 아이한테 욕하는 어몽어스를 그려줬다 생각하니 너무 창피해졌다. 내가 울면서 몰랐다고 하니까 다행히 쌤께서 내 영어실력을 아니까 이해해 주셨다.
화장실에 갔다가 부운 눈으로 교실에 돌아오니까 갑자기 K양과 K양의 단짝 일본 여자애가 달라붙어 어떤 나쁜 말을 썼냐며 알려달라며 난리였다. 괜찮냐고 묻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때 그 둘의 하나도 조심스럽지 않은, ' 하하 너 나쁜 말 썼구나?' 말하는 듯한 짖꿋은 미소가 정말 얄미웠다.
그래서 대충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오해는 풀렸지만, 집에 가서도 난 그 일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날 정말 그런 저조한 수준의 못된 아이로 생각하실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아빠께 메일을 써 달라 부탁했었다. 위의 어몽어스 사진과 함께 말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까지 할 일이었나 싶다.
그때 엄마께서 이런 실수들도 나중에는 재밌는 이야깃거리 라고 하셨던 게 생각났다. 당시에는 기분이 최악이어서 귀담아듣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다.
지금은 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가 하나의 웃픈 글을 만들어준다 생각하니 실수를 하길 잘했단(?) 생각까지 든다.
그러니 여러분, 실수했다고 절망하지 마시라.
의도하지 않은 욕보다 더한 실수가 있겠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