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점
눈앞에 보이는 점수
망했다!
이럴 수가!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어
그러면서 시험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물론 이 시는 절대 내 경험담이 아니다. 그저 만화에서 많이 나오듯, 극단적인 점수로 시험을 망친 걸 상상한 것뿐....
....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그 당시 50점을 맞고 분노를 꼭꼭 눌러 담아 쓴 시는 아니다.
자랑 아닌 자랑을 조금 하자면, 초등학교 때 단원평가들 같은 시험들은 거의 늘 90점대를 잘 유지했다.
수학도 그랬다. 유난히 다른 과목들보다 싫어하는 게 수학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복잡하고 어렵고 재미없다.
수많은 개념에, 공식에, 계산에...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우윳빛이 된다. 한 번은 학원에서 일차방정식을 공부할 때 정말이지 뇌가 굳어 거의 아무 문제도 못 푼 적이 있다. 그날의 스트레스 때문에 '수학' 시까지 써서 올리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도(지금도) 푸는 문제집에서는 빨간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험지는 늘 빨간 우박 파티였다. 그래서인가. 어, '나 수학 잘하는 듯?'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착각을 했었다.
중학교 첫 번째 수학 단원평가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개념도, 공식도 엉망진창에다, 실수도 난무하는 상태였는데 왜 공부를 벼락치기로 했지. 기껏해야 중1 첫 수행평가라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였다. 지나치게 깔본 것 같다.
수행평가가 끝나고 난 난생처음 시험지에 폭우가 쏟아질 것을 직감했고, 그 직감은 딱 들어맞아버렸다.
'아.. 망한 것 같은데, 그래도 반은 넘었겠지' 생각하며 점수를 확인했다.
35점 만점의 17점.
어?...
어?
다소 충격이었다. 그래도 현실이라곤 믿고 싶지 않았다. 하하.... 쓴웃음이 지어졌다.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하고픈 욕심은 솔직히 딱히 없기에. 뭐, 반은 맞았으니까.
그 또한 큰 착각임이었고 난 바보였다는 두 가지 확실한 사실을 집에 와서야 깨달았다. 엄마께 점수를 털어놓았다. 엄마는 어쩔 수 없지 뭐, 말하시며 날 전혀 꾸짖지 않으셨다. 쿨한 멘트를 친지 고작 몇 분 후, 정말 괜찮냐고, 괜찮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50점도 안되는데? 응?"
잠깐만, 응?
챗지피티에게 점수 100 분율을 시켜보니 정말이었다.(그걸 왜 AI 시키냐고 엄마께서는 더 황당해하셨지만)
48.57 퍼센트라니.. 반올림해도 고작 49점이었다. 와, 나 되게 못하는구나! 막상 맞닥뜨리니 꽤나 어마무시한 충격이었지만 예상했고 속상함이나 분함? 은 없었다. 있으면 안 된다, 벼락치기한 주제에.
그래도, 다가오는 중간고사, 살 길은 딱 하나였다. 끝내 수학학원에 등록해 달라 말씀드렸다. 그동안 수학은 혼자 공부했다. 솔직히 공부했다기에도 뭐 할 정도로 미미한 양이었다. 역시, 인정하긴 싫었지만 이것부터가 문제였다. 내 저녁의 자유를 뺏긴다는 것이 슬펐지만, 49점 맞은 주제에 뒹굴뒹굴 놀고나 있는 건 너무 뻔뻔하니까.
아무튼 그놈의 49점이 그렇게 남들처럼 수학학원을 다니게 된 계기였다.
그 후에 볼 3단원 수행평가는 정말, 각 잡고 열심히 공부했다.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자꾸 복습도 하고, 계속 꽤 많이 풀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을 보이고 싶었다. 이번엔 왠지 느낌이 좋았다.
그 바람대로 아주 아주 조금, 약 6점이 올라서 55점 정도로 허무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후후.. 기대하며 점수를 확인했는데, 잉? 이게 맞아? 어..? 공부 잘했는데..
이번엔 살짝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금방 넘겨버렸다. 하하. 결론은 중간고사를 잘 보기로!
아까 말했듯이 내가 조금이라도 좋아하지 않는 이상, 못하는 건 전혀 타격이 없는 타입이다.
(국어 문법 수행평가 네 줄기의 비가 쏟아져서 울 뻔한 동일인. 사실 2개 틀렸는데 잘못 채점되었단 사실에 안도했었다.)
아무튼 늘 어렵고 또 어려운 외계어 같은 수학과 시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