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수업 ep.3> 명품처럼 옷 입는 법

시어머님이 명품 없이도 명품처럼 옷을 입을 수 있는 이유

by 지나킴 마케터

<일상의 작은 조각 속에서>


시어머님 집에 가면, 부엌 한켠에 걸린 세 개의 액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듯한,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채가 춤추는 그림들이다. 처음엔 비싼 작품이려니 짐작했지만, 뜻밖에도 그것들은 케냐(Kenya)에서 제작된 아프리카 달력에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선교사님이 선물한 달력 속 그림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 어머님이 그림만 떼어 액자에 넣어두신 것이었다. 심지어 날짜가 지난 달력이라 이모께서 분리수거함에 버리려 하셨던 달력을 어머님이 그 속의 그림만 다시 건져낸 것이었다.

시어머님의 집, 부엌에 비치된 액자들
우측 액자를 보면 맨 왼쪽 남자가 스트라이프 파란색 티셔츠와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어머님은, 바랜 듯한 파란 티셔츠와 빨갛게 워싱된 반바지를 입은 한 남자의 옷 색감을 특히 좋아하셨다.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색조지만, 화가는 물감으로 그 워싱의 질감을 살려내며 독특한 색의 조합을 완성했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평범한 달력 속 그림이, 어머님 눈에는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된 것이다. 명품이나 예술 작품은 꼭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조각 속에서도 충분히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명품 같은 안목>


미대 출신인 시어머님 덕분에 나는 자연스레 ‘옷에 대한 수업’을 받는다. 명품을 따로 사진 않지만, 어머님에겐 언제나 은근한 기품과 세련된 품격이 배어난다. 일흔이 넘으셨지만, 유행을 읽는 감각은 30대인 나보다도 빠르시다. 트렌드가 마음에 들면,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선에서 기꺼이 시도하신다. 클래식한 품위 위에 트렌디함을 한 스푼 얹어, 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신다.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비밀은 ‘클래식과 트렌드의 균형’이다. 스타일의 90%를 클래식으로 채워 우아함을 지키되, 10%는 트렌디함으로 감각을 더한다. 그 작은 비율이 전체를 새롭게 보이게 한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멋을 잃지 않는 법—그것이 내가 시어머님께 배운 가장 근사한 미학이다.


어머님께서는 명품 없이도 명품 같은 룩을 참 잘 구현하시는데, 이는 모두 색감에서 시작이 되는 것 같다. 가장 기본이 될 수 있는 아이보리, 화이트, 베이지색들을 기본적인 아이템으로 많이 갖추고 있으시다. 그 위에 다양한 색감들을 배합하시고, 때로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과감한 색깔도 입으신다.


아래 옷은 어머님이 직접 만드신 옷으로 내가 한번 입어보았다. 나는 살면서 이런 볼드한 스타일을 도전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어머님께서는 가끔 이렇게 과감한 스타일까지도 도전하신다. 이 망토는 울 소재로 이러한 과감한 디자인이 가미될 때는 소재가 고급스러워야 하고, 망토 외에 걸친 다른 아이템들은 모두 단색으로 심플하게 입어줘야 망토의 화려함이 세련되게 구현될 수 있다.

어머님이 직접 만드신 옷으로, 다소 과감한 패턴의 망토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머님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신다.

"여자는 언제나 꾸미는 것을 게을리해선 안 돼. 평소엔 깔끔하고 심플하게 입더라도, 상황에 맞춰 화려하게 변신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


평상시에는 절제된 클래식 스타일을 즐기시지만, 파티나 중요한 자리에 초대되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대담한 스타일로 변신하신다. 그 순간, 어머님은 전혀 다른 빛을 발한다. 우리에겐 하객으로 참석하는 결혼식, 남편의 친구들과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 혹은 시댁 식구들과의 저녁 식사처럼, 일상 속에서도 약간의 특별함이 요구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때야말로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도전을 해볼 기회다.


어머님을 보면 진짜 ‘명품’이란 값비싼 브랜드 로고를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어머님께서는 명품 같은 안목으로 골라낸 예쁜 옷들로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하시기에 어머님 자체가 명품과 같은 룩을 연출해 내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명품 같은 가치들을 알아보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나도 명품처럼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내게도 명품 가방이 몇 개쯤 있지만, 그것들이 나를 빛나게 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가방이 진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그에 걸맞은 값진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가장 근사한 명품은 ‘나 자신’이 되는 것. 그만큼 멋진 일은 또 없을 것이다.


***


By 지나킴 마케터

keyword
이전 05화<옷장수업 ep.2> 옷 입는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