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수업 ep.4> 귀티가 난다는 것

시어머님이 알려주신 귀티 나는 분위기, 그 특별한 힘

by 지나킴 마케터

<귀티 나는 분위기, 그 특별한 힘>


10대와 20대는 그 자체로 싱그럽다. 꾸미지 않아도, 그 젊음과 풋풋함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히 빛이 난다.


하지만 30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쌓아온 취향과 나만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중요해지는 자리와 상황들이 더욱 많아지고, 40대쯤에는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한 스푼 더 필요해진다.


마흔을 앞둔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상큼한 매력은 나에겐 이제 어색해. 요즘은 세련되고 우아한 사람이 눈길이 가는 것 같아."


정말 그렇다. 마흔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하나둘 드러난다. 주름과 잡티가 생기고, 인상과 분위기에는 그동안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40대 이후부터는 어떻게 자신을 가꾸느냐에 따라 우아한 성숙미가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초라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시어머님을 통해 이러한 우아함, 귀티 나는 분위기에 대해 처음 배우게 되었다.


<귀티, 태도에서 시작된다>


시어머님은 말씀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건 귀티 나는 분위기란다.”


어머님은 어린 시절,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셨다. 의사였던 아버지, 예술가들이 즐비한 집안 분위기, 본인 역시 미대를 전공하셨다. 사촌 가운데는 배우 김민종 씨도 계실 만큼, 외모와 감각이 함께 흐르는 집안이었다.


어릴 적부터 “귀티 난다”는 말을 자주 들으셨지만, 정작 본인은 이렇게 정리하셨다. 귀티란 옷이나 얼굴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생활 습관과 태도에 배어나는 것이라고.


명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삶을 대하는 여유와 태도는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래서 귀티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이고, 결국 세월이 빚어내는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건, 어머님도 성인이 된 후 수많은 고비와 풍파를 겪으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여유로움과 삶을 대하는 느긋한 태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도 내 주변에서는 드물게 전형적인 ‘올드머니 룩’ 분위기를 풍기신다.


어머님께서는 자라온 환경과 타고난 감각, 그리고 미대에서 다져진 안목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더욱 깊이 발전시켜 오셨다. 나는 그런 어머님 곁에서 옷장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받은 것이다. 어머님께서는 귀티를 완성 짓는 특별한 색의 조합들에 대해서도 내게 아낌없이 전수해 주셨는데 그중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획일성에서 벗어난 특별함: 색의 조합>


한국의 겨울 풍경은 블랙 패딩과 어두운 옷들의 행렬이다. 검은색은 관리가 쉽고 편리하지만, 모두가 검은색을 입을 때 화이트나 아이보리 코트를 걸치면 어떨까? 색 하나만으로도 특별해져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특별함은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화려한 프릴이나 무작정 눈에 띄는 패턴 속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색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차별성이 훨씬 더 세련된 매력을 드러낸다는 것을, 나는 어머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머님께서는 고급스러운 색의 조합으로, 그 대표적인 예가 바이올렛과 마젠타라고 하셨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색이라 이름부터 낯설었다. 바이올렛은 푸른 기가 감도는 보라색으로 제비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마젠타는 붉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빛으로, 바이올렛보다 붉은 기운이 강하고 훨씬 강렬하며 화려하다.


어머님은 젊은 시절 이 두 색을 함께 매치하셨다고 한다. 각각 따로 보면 자칫 과해 보일 수 있지만, 조합했을 때는 놀라울 만큼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색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그것을 옷으로 과감히 표현하는 어머님의 안목과 기품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아래 사진처럼 마치 마젠타 색의 꽃잎 끝에 깃든 바이올렛이 꽃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듯, 색의 조화는 새로운 품격을 만들어낸다.

마젠타 색 꽃잎 끝에 깃들여진 바이올렛으로 꽃의 아름다움이 더욱 극대화 되고 있다.

<귀품의 색, 코발트블루>


어머님께서 꼽은 또 하나의 귀티 나는 색은 바로 코발트블루였다. 나는 그동안 블루라면 하늘색이나 네이비 정도만 떠올렸는데, 코발트블루라니.


코발트블루는 맑고 선명한 푸른빛으로, 하늘의 청명함과 바다의 깊은 푸른색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색이다. 실제로 왕실에서도 즐겨 쓰였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프린세스 다이애나가 즐겨 입은 색이기도 하다. 특히 자연광 아래에서 빛날 때, 그 색만의 청량함과 귀품은 더욱 돋보인다.


같은 파란색이라도 이렇게 무궁무진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니. 색마다 제각각의 얼굴과 성격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비로웠다.


어머님 젊은 시절의 사진 속에는 코발트블루가 빛나고 있다. 그 시절 한복에서조차 코발트블루를 선택하셨다니, 얼마나 대담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이었을까. 다이애나 왕비가 떠오를 만큼, 그 색을 우아하고 멋지게 소화하신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우측 아래 사진 속 코발트블루 실크 드레스는 단연 압권이다. 귀걸이 색상까지 드레스와 매치해 통일감을 준 룩은 단순히 옷차림을 넘어 하나의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야말로 시대를 앞선 스타일이었다.


어머님은 현재 칠순을 넘기셨기에, 그 당시 이렇게 대담한 색상인 코발트블루 드레스를 어디에서 구입하셨는지 궁금해 여쭤봤다. 어머님께서는 한국 의류제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한국은 미국 브랜드의 실크 의류를 OEM 방식으로 생산해 해외로 수출했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러던 흐름 속에서 어머님은 이태원 보세 센터에서 그 드레스를 아주 저렴하게 손에 넣으셨지만, 그것은 한국 시중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귀한 디자인이었다. 값은 분명 저렴했으나, 대담한 색상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귀한 디자인을 알아본 어머님의 탁월한 안목이 만들어낸 가치는 결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머님의 젊은 시절 코발트블루의 한복과 실크 드레스를 소화하신 모습


<진짜 귀티란>


어머님께서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 그 사람의 생활 습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말씀하셨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만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자연스레 옷차림과 인상에도 배어든다는 것이다. 오늘도 시어머님께 배우는 ‘옷장 수업’을 통해, 내 안에는 과연 그런 여유가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사실 나는 여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무엇이든 내 뜻대로 이루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끈질기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집요함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내 의지를 내려놓고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결혼생활이나 육아가 종종 버겁게 느껴진다.


조금 더 여유롭게 나를 바라보고,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면 나 또한 어머님이 말씀하신 그 ‘귀티 나는 분위기’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옷차림으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여유와 기품이 있다면—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귀품, 진짜 ‘귀티 나는 사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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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킴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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