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수업 ep.6> 기본 속에 피어나는 매력

예쁜 옷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본 아이템 갖추기

by 지나킴 마케터

<기본 아이템부터 천천히>


영어를 배우려면 ABC부터, 수학을 하려면 1·2·3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유독 ‘옷 입기’만큼은 기초를 건너뛰고 곧장 런웨이로 뛰어들려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흰 셔츠나 기본 팬츠 같은 단정한 옷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신 레이스, 프릴, 형광색처럼 화려하고 장식이 많은 옷들만 고르기에 바빴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패션의 ‘기초’도 모른 상태로 ‘수학의 정석’을 펼친 셈이었다. 디테일이 많은 옷일수록 조합과 균형에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늘어나기 때문에, 코디를 할 때 난이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 기본 원리를 모른 채 장식적인 옷들만 고집하다 보니, 미적인 감각을 갖춘 내 남편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여성은 많지 않은 옷으로도 충분히 우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핵심은 몇 가지 클래식 아이템을 알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Laura Merano, 《French Chic: 40 Essentials an Elegant Parisian Woman Owns》


프랑스 여성들의 옷장을 다룬 이 책을 읽으며, ‘기본의 힘’이란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들의 스타일은 유행을 쫓아가기보다 클래식하고 실용적인 아이템들로 채워져 있었다. 흰 셔츠, 블랙 슬랙스, 단정한 니트, 잘 재단된 트렌치코트와 재킷, 심플한 플랫 슈즈까지. 화려한 장식보다
자신의 체형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핏과 소재, 실루엣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들의 단정함 속에는 자기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고 어떤 것이 꼭 필요한지 알고 있는 확신과 여유가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옷을 잘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였고, 기본 아이템들을 가장 핵심적으로 갖출 수 있는 이유였다.


반면 나의 옷장은 기본 아이템 하나 없이 독특한 디테일이 많고 눈에 띄는 옷들로 가득했다. 프랑스 여성들의 옷장과 나의 옷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매일 아침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왔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화려한 옷들은 서로의 디자인이 충돌하기 쉬워 조합이 까다롭고, 특별한 날엔 빛날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두세 번 입고 나면 금세 질린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기본 아이템은 어떤 옷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코디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 깨달음 속에 이제는 '예쁜 옷’으로 내 옷장을 무작정 채우기 전에, 다른 옷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기본 아이템들을 충실히, 탄탄히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옷장은 화려한 디테일 가득한 옷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자기 객관화>


내 주변을 봐도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패션 초보자일수록 화려하고 눈에 띄는 옷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것 같다. ‘예쁜 옷’이라면 그 옷을 입은 나도 더 예뻐질 것이라는 안일한 논리 속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옷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하는 기준은 이 옷이 ‘얼마나 예쁜가’가 아니라 ‘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분별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옷을 잘 입는 이들의 비밀은 바로 다른 것이 아닌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의 기준을 명확하게 두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세련된 감각과 스타일링으로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는 인플루언서이자 패션 브랜드 대표인 강희재 님은 이렇게 말한다.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나의 장점을 드러내고 단점을 감추는 사기극이다.”


결국 스타일을 갖춘다는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거울 속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무엇이 나를 빛내고 무엇이 과한지를 분별할 수 있다. 기본 아이템을 하나씩 갖춰가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과 매력을 이해해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깨끗한 흰 티셔츠 한 장, 내 몸에 꼭 맞는 바지처럼 군더더기 없는 옷은 나의 체형과 피부톤, 분위기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간다. 반면, 화려하고 디테일이 많은 옷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끌 수는 있지만, 종종 나의 고유한 매력을 덮어버리고 진짜 나를 바라볼 기회를 빼앗는다.


나는 한때 기본 아이템을 ‘심심하고 단조로운 것’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기본 아이템이야 말로 모든 스타일의 중심이 되어주고, 다른 옷들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해 준다. 화려한 디테일 대신 여백을 품고 있기에, 그 안에 나만의 개성과 감각을 담아내는 ‘순수한 캔버스’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위에 나만의 색을 더할 때, 비로소 진짜 ‘나다운 스타일’이라는 멋진 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


<어머님께 배운 기본 아이템>


그렇다면 기본 아이템은 무엇부터 갖추는 게 좋을까?
나는 그 힌트를 시어머님께 받았다. 어머님은 종종 나에게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물해 주시는데, 대부분 처음엔 “이걸 내가 과연 잘 입을 수 있을까?” 싶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그 아이템들이야말로 모든 스타일링의 기본이자 중심축이 된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1. 화이트/크림색 바지


청바지가 언제나 기본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어머님은 화이트나 크림색 바지를 권하셨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화이트 팬츠는 봄·여름에는 파스텔 톤 상의를 산뜻하게 받쳐주고, 가을·겨울에는 어두운 아우터 속에서도 전체 룩에 밝은 생기를 더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바지 대신 화이트 팬츠를 입어보니, 전체적인 인상이 한층 화사하고 정제된 느낌으로 바뀌었다. 계절과 아이템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룩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으며, 무엇보다 늘 몸을 조이던 청바지로부터 해방된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에나 매치하기 쉬운 흰색 바지 덕분에 코디가 훨씬 수월해졌다.

2. 블랙 터틀넥 캐시미어 니트


어머님께서는 평소에는 밝은 색으로 화사하게 입고, 오히려 특별한 날에는 검은색으로 고급스러운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 멋스러운 스타일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러면서 “겨울철 기본템으로 블랙 캐시미어 터틀넥만 한 옷이 없다”며 내 생일 선물로 니트를 하나 선물해 주셨다.


처음엔 터틀넥이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아 망설였고, 캐시미어라는 소재도 익숙하지 않아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직접 입어본 순간, 캐시미어 특유의 부드럽고 유연한 실루엣이 목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터틀넥의 단정한 라인과 만나면서 고요한 우아함이 느껴졌다.


특히 진주 귀걸이나 골드 이어링처럼 작고 단정한 액세서리와 함께하면, 그 조화는 한층 더 깊이 있는 세련됨으로 완성되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그런 스타일의 힘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순간이었다.

겨울에 블랙 터틀넥 니트는 어떤 옷에나 어울리는 기본 아이템이 되어주었다.

3. 스카프


스카프는 내가 가장 편견을 가졌던 아이템이다. 뭔가 모르게 올드하고 내게는 과한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님은 오히려 옷에서 디테일을 뺀 뒤, 스카프에 포인트를 주라고 하셨다. 깔끔한 니트나 티셔츠 위에 스카프를 얹으니,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스타일에 깊이가 생겼다. 절제된 옷차림 속에서 화려함이 ‘선택적으로’ 드러나는 묘한 균형이 느껴졌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어머님께서 선물해 주신 스카프로 스타일링한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아이템이었지만, 생각보다 허전하던 상체에 자연스러운 볼륨감을 더해 주었고, 전체적인 룩에도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오른쪽 사진은 어머님이 직접 만드신 코트를 입은 날로, 그날은 스카프까지 어머님께서 직접 스타일링해 주셨다.

어머님께서 직접 스타일링해주신 스카프

<기본 속에서 피어나는 매력>


어머님께서 알려주신 기본 아이템을 입어보며 절제된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내 본연의 매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 가수 박진영 씨가 오디션 참가자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온몸의 힘을 빼고, 말하듯 노래하세요.”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부르는 것,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말.


패션도 다르지 않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덜어내고, 기본을 다지고, 단순함의 미학을 이해해 가는 과정. 그 길 끝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스타일’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하고 장식이 달린 옷들을 잠시 내려두고, 기본 아이템들로 옷장을 차곡차곡 채워갔다. 어느새 나의 옷차림 속에 기본이 자리를 잡았고, 그 위에 나만의 매력 포인트들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던 진짜 나의 모습—

조금 힘을 빼는 순간, 오히려 가장 나다운 아름다움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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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킴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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