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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 말았어야 했던 택시

4번의  타이어 자국 

by HaYou Mar 04. 2025

따가운 햇살이 나를 짓눌러 깨웠다.

웅성웅성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엄마, 엄마,,,"

바닥에 누워 나를 꼭 껴안고 있던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있는 눈은 그저 나를 지긋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였을까?

아끼던 보라색 가방을 들고 나선 날이었다. 

잊어버릴까 봐 노심초사 목에 걸고도 손에 꼭 움켜쥐고 다녔던 날이었다. 


분명, 엄마와 택시를 탔고 창밖을 구경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손에 꼭 움켜쥔 보라색 가방이 눈에 들어왔을 때 구급차 소리가 들렸고 그 이후엔 기억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5살 인생에서의 가장 큰 사건이었다. 


훗날 엄마한테 들은 바로는, 

택시에서 내린 엄마는 잠든 나를 업으려 했고, 

그 찰나 택시가 후진하면서 무방비 상태였던 우리를 박은 것이었다. 


그렇게 택시는 엄마 다리를 4번이나 밟으며 지나(?) 다녔고, 

큰 수술 후 엄마는 병원 신세를 꽤나 지게 되었다. 

엄마가 나를 꼭 껴안고 있었던 덕(?)분에 난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이라 후방 카메라는 당연히 없었겠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4번이나 왔다 갔다 했을까...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 분명 사람을 쳤을 때, 알아차렸을 텐데...


여하튼, 이 일로 택시기사한테 받은 합의금, 1200백만 원과 여기저기서 겨우 빌리고 빌려 마련한 2500만 원으로 우리는 반지하 월세집을 떠나 전셋집으로 이사를 갔다. 


내 삶 전체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많이 품고 있는 425-48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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