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타이어 자국
따가운 햇살이 나를 짓눌러 깨웠다.
웅성웅성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엄마, 엄마,,,"
바닥에 누워 나를 꼭 껴안고 있던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있는 눈은 그저 나를 지긋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였을까?
아끼던 보라색 가방을 들고 나선 날이었다.
잊어버릴까 봐 노심초사 목에 걸고도 손에 꼭 움켜쥐고 다녔던 날이었다.
분명, 엄마와 택시를 탔고 창밖을 구경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손에 꼭 움켜쥔 보라색 가방이 눈에 들어왔을 때 구급차 소리가 들렸고 그 이후엔 기억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5살 인생에서의 가장 큰 사건이었다.
훗날 엄마한테 들은 바로는,
택시에서 내린 엄마는 잠든 나를 업으려 했고,
그 찰나 택시가 후진하면서 무방비 상태였던 우리를 박은 것이었다.
그렇게 택시는 엄마 다리를 4번이나 밟으며 지나(?) 다녔고,
큰 수술 후 엄마는 병원 신세를 꽤나 지게 되었다.
엄마가 나를 꼭 껴안고 있었던 덕(?)분에 난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이라 후방 카메라는 당연히 없었겠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4번이나 왔다 갔다 했을까...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 분명 사람을 쳤을 때, 알아차렸을 텐데...
여하튼, 이 일로 택시기사한테 받은 합의금, 1200백만 원과 여기저기서 겨우 빌리고 빌려 마련한 2500만 원으로 우리는 반지하 월세집을 떠나 전셋집으로 이사를 갔다.
내 삶 전체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많이 품고 있는 425-48번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