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지가 어떤게 마르고 젖었는지 분별도 못하고 허둥대며 손에 잡히는대로 휘여보고 부러지는것만 꺽어 들고는 한쪽으로 던져놓으며 주변 숲을 헤집고 다녔다.
그런다음 몇개씩 던져놓았던 그 가지들을 주섬,주섬 주워 품에 안고 언능 급하게 다시 허겁지겁 뛰다싶이 돌아갔다.
그때까지도 금혁이 아빠는 패딩을 어께에 걸친 그대로였고 은심이네랑 같이 준영이를 돌려눕혀 양반다리 모양을 하고 앉아 양쪽 손으로 받쳐들고 있었다.
여자애들이 꺽어 온 한뼘정도 크기의 침엽수 나무잎들은 깔지도 못한채 옆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고 은심이와 은별이, 둘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 어찌오? 야~~~? 준영이...어떻소?"
그러는 그네들의 모습을 보니 온 몸에 전류가 갑자기 흐르듯 찌릿이 불안감이 온 몸에 감싸는 것이다.
안고 온 나무가지를 던지듯 내려놓고 다급하게 내가 물어보자 금혁이아빠는 대답대신 눈물이 고여 그렁하고 처량한 눈빛으로 말없이 나를 올려다만 보는것이다.
그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나는 알고도 남았다.
나는 와~락 달려들어 준영이를 그러안았다.
" 야..임마 정신차려라~어 엉?"
좀전까지 파랗던 얼굴이 이번엔 창백할정도로 하얗다.
관자노리의 굵은 핏줄만이 옅은 파란색을 띠고 살가죽을 밀고 당장이라도 튀어나오려는듯 툭~툭 뛸뿐이다.
그마저도 가끔씩 뛴다.
" 준영아~제발..응? 제발 정신 차려라~~아"
나는 숨소리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준영이를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팔로 훔치고 내려다보니 코구멍에서도 피가 흐른다.
입으로는 더이상 뿜을 피가 없는지 토할때처럼 가슴쪽이 움찔하긴 하는데 그때마다 입가에 뻘건 거품만 푸륵~푸륵 방울졌다 튀긴다.
그 모습이 더 가슴을 아프게 허비고 눈물을 쏟게한다.
" 야.준영아~~어쩌자구..안됀다.너.여기서 이러면...어~엉? 여기서 이러면 내 돌아가서 너 엄마 얼굴 어떻게 보니? 제발...준영아~~~제발 정신차려라..으~~응.아~~~"
나는 준영이를 안은채로 흔들며 통곡을 했다.
그를 받쳐안은 금혁이 아빠도, 서로 손을 맞잡고 지켜보던 은심이네도 무릎을 눈속에 뭍고 끌어앉아 엉~엉 눈물을 쏟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와 금혁이 아빠에게 몸을 맡기고 애타게 찾고 부르며 흔들어도 아무런 미동도 없던 준영이가 곡소리에 간절한 내 마음을 알았는지 보일락 말락 입술을 움직이는것같았다.
나는 다시한번 손에 낀 장갑으로 눈물을 훔치고 그를 내려다 보며 응시했다.
준영이는 조금 정신이 돌아왔는지 윗쪽 눈까풀이 바르르~떨리다가 비스듬히 뜨고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는 목구멍에 피가 고였는지 겨우 알아들을수 있을정도의 가늘고 쉰 목소리로 힙겹게 나를 부른다.
" 혀~~형님,"
나는 그가 볼까봐 언능 고개를 돌려 장갑을 벗고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다시 애써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돌아보며 말했다.
" 어~~그래. 내 여기있다..준영아..맥 놓지말아. 봐라~너 임마. 금혁이 아부지랑 누나네랑 다 너 일어나기를 얼마나 기다리고있는데..응?"
그 말에 준영이는 눈동자만 돌려 은심이네를 잠깐 일별하더니 다시 천천히 나를 쳐다보며 피거품이 벌렁거리는 입술 사이로 내뱉듯 말한다.
" 추~~추..춥슴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 어~엉? 그래..춥다구?"
그제야 나는 준영이를 붙잡고 울고 불고 흔들어 대는 바람에
그의 허리가 속옷만 입은채 드러나있는걸 알았다.
일반 패딩과 달리 짧은 군인패딩이라 휑~하니 벌려진 상태였던것이다.
얼마나 추웠을까..나는 언능 그의 허리를 감싸려고 입고있던 패딩을 벗었다.
순간 날카로운 면도칼날 몇개가 살 가죽을 동시에 찢어버리는것 같이 등짝에 찬바람이 파고들어 꽃힌다.
" 에~구. 경호동지. 그러다 큰일납니다.동복은 입구 이거..받으시오."
은심이가 어느새 목에 감았던 뜨개수건을 풀어 내손에 건넨다.
나는 그 수건을 준영이 허리밑에 밀어넣고 벗었던 패딩은 위에 씌워주었다.
몇초 지나자 온몸과 턱이 와들~와들 떨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금혁이아빠처럼 패딩을 다시 뒤집어 쓰고 허리를 숙여 준영이를 끌어안았다.
벌써 하루밤,하루낮을 넘기며 이미 얼어든 내 몸에 온기가 남아있기나 하랴만은 나는 내 체온이라도 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 준영아. 어떻니?이젠 좀 일없지?"
준영이 작은 가슴에 내몸을 밀착 시키고 속삭이듯 말했다.
"..."
그러나 또다시 대답이 없다.
나는 준영이 허리를 꼬~옥 안은채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피가 볼에 그대로 얼어 서쪽으로 질주하는 해빛에 비쳐 번들거린다.
" 준영아~~"
그의 품에서 머리를 들고 다시한번 흔들며 불렀다.
역시 대답이 없다.
잠시나마 안도했던 마음이 또 불안해졌다.
" 준영이 삼촌. 정신 차리오.~"
은심이도 울음을 삼키며 애타게 부른다.
그런데...한참이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준영이를 안고 있느라 다리가 아팠던지 금혁이아빠가 한쪽다리를 펴며 준영이를 들어올리는 순간 준영의 팔이 맥없이 축 늘어지며 눈에 파뭍히는 것이다.
나는 다시한번 심장이 내려앉는것 같아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준영이 얼굴을 감싸쥐고 소리쳐 불렀다.
" 준영아..왜그래? 엉~~? 정신 차려라."
금혁이아빠도 놀란 눈빛으로 내려다보다가 준영이 허리쪽을 받쳐들고 있던 팔을 빼서 내 손을 잡아 들더니 귀를 준영이 코와 입쪽에 가져다 댄다.
숨소리를 가늠하려는것 같았다.
그러더니 다시 준영이 입고있는 패딩 단추를 벗기려다 얼어든 손가락이 말을 듣지않아 옆에 은심이를 쳐다보며 " 얘 단추 두개만 풀어줘." 하는것이다.
은심이는 언능 일어서서 장갑을 벗고 준영이의 단추를 벗겼다.
금혁이 아빠는 앞섶을 들고 준영이 가슴에 다시 귀를 대본다.
그리고는 한참을 지나 갑자기 흐~으윽, 하고 오열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얼굴을 준영이 가슴에 묻는다.
" 꼬매야. 아~~흑.흑.어린 너를 이 산속에...흑,~~ 이 산속에...어떻게 혼자 두고 우리만 가라구.. 으~~응? 어쩌라고.~~흑.흑"
금혁이아빠는 숨 떨어진 준영이를 무릎위에 안은채 그러안고 어께를 들썩거리며 오열을 한다.
나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것같았다.
풀썩 주저앉아 엎드려있는 금혁이아빠 배 밑으로 축 늘어진 준영이의 두 다리를 잡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 준영아...내가, 내가 널 떨궈놓구 왔어야했는데~~너 이제,~~ 아픈 너 엄마 이제 부터 누구믿고 사냐?...으~응? 너 여기서 이러면 너 동생 미영이랑은..누가 돌봐주냐 말이다..제발 일어나~~으~응?"
걷잡을수 없이 흐르는 내 눈물이 준영이의 바지 가랭이와 신발등에 뚝~뚝 떨어져내린다.
" 삼촌~~~"
" 언니~."
은심이도 안타까이 준영이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고 은별이는 언니의 어께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했다.
(하늘도,신령님도 너무하십니다..어째 이렇게 어린 준영이를...이제 겨우 17살밖에 안된 앳된 어린애를..먼저 앗아간단 말입니까. 애한테 먼 죄가 있다구...돈이 없어 앓는 엄마 약값이라도 벌어보겠다구 이 험한길을 따라나서 압록강 넘은게 그리도 큰 죕니까?...어째서, 어째서 이렇게..이렇게 어린 애 목숨을 그리 쉽게 앗아간단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젖히고 서서히 어둠으로 짙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탄식했다.
은심이와 은별이는 서로를 붙잡고 엉~엉 소리내여 울고있었고 금혁이아빠도 언 손으로 눈을 비벼 준영이의 하얀 얼굴에 남아있는 핏자국들을 닦아내며 소리없이 어께만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돌아간다면, 만약 살아서 돌아간다면 준영이 엄마한테 불쌍하게 죽은 준영이 이야기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소식을 듣고 그자리에서 쓰러질 준영이엄마 모습을 상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다 어지러워졌다.
어딘지도 모를 타국의 산야에 불쌍한 어린 준영이를 혼자 남겨 두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천만갈래 찣기는듯했다.
바위돌 마냥 굳게 언땅이라 파 묻을수도 없어서 우리는 그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 밑에 준영이를 눕히고 얼굴은 금혁이아빠 목도리로씌우고 나무가지와 잎사귀 따위들로 몸을 가린다음 그위에 주변 흰눈을 손으로 모으고 퍼서 꼭.꼭 덥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