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금혁이아빠는 그러는 그들을 뒤로한채 서둘러 경사가 완만한 오른쪽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서로 한참을 여기저기 움푹 패이거나 나무들로 둘러막힌 곳을 찾아 다녔지만 어디 마땅한곳이 없다.
나는 금혁이아빠와 반대로 점점 아래쪽으로 준영이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속으로 내려가며 자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 경호야~ 어디야? 이쪽으로 오라."
금혁이아빠가 먼저 찾았는지 나를 부르는 소리다.
나는 언능 걸음을 옮겨 소리나는 쪽으로 갔다.
" 어디요? 어디있소?"
" 오~~여기다. 이쪽으로 오라."
젠장, 분명 말소리는 들렸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어딘데?"
" 어. 여기~여기다."
좀더 다가가다 소리나는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름드리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진 뒤쪽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는것이다.
바로 앞에서 봐야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인줄 알지 나무숲에 가리워지고 눈에 쌓여 조금 멀리서 보면 전혀 알수 없었는데 역시나 지형지물을 보고 찾아내는 눈이 남다르다.
뒤쪽으로 돌아가보니 어느새 금혁이아빠는 발로 눈을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다.
" 어느 한쪽이라도 바람 피할수 있을것 같애. 내 올라가서 꼬매 업구 내려 올거니까 넌 나무아재기(나무가지) 꺽어다가 여기 좀 펴놔라."
금혁이아빠가 힐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눈 밑에 깔린 풀이 보일때까지 눈을 이쪽.저쪽 밀어내며 하는 말이다.
" 이게 나무 그루터기인줄은 어떻게 알았소? 가까이 와두 잘 모르겠던데.."
" 오면서 못봤니? 이 주변에 강대(마른나무)만찮아. 그래서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이 나무 자빠진게 보이길래 찾았지."
(아~그렇지. 죽은나무들이 서있는곳을 보고 쓰러진 나무 있을것같아 와보고 찾은거네..역시~)
나는 그의 생각이 항상 나보다 앞서있는것이 내심 부러웠다.
금혁이아빠가 애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막 올라가려고 할때였다.
" 경호동지~~경호동지~~"
멀리서 은심이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를 타고 들린다.
" 어~~나 여기있어. 왜?"
" 빨리 좀 오십시오. 빨리요~~"
나는 금혁이아빠 혼자 보내려다 먼일있나싶어 같이 올라갔다.
우리가 허겁지겁 눈을 헤치며 다가가자 은심이랑 은별이 낯빛이 파랗게 질려 나를 향해 빨리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 이 삼촌 큰일났습니다. 피 토합니다."
" 어 엉~~? 머를 토해?"
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것 같았다.
까투리처럼 머리를 눈에 박고 연속 으~음,으~음 신음소리를 내는 준영이한테 다가가보니 주변이 정말로 온통 피빛으로 빨갛다.
" 준영아. 어디보자~~에구야...많이 아프니?"
나는 뛰어가 얼른 장갑을 벗고 준영이 얼굴을 손으로 들어 보았다.
그런데 축 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눈의 흰자위는 하나도 없고 눈 전체가 빨갛다.
입주변이며 얼굴,코밑이 온통 피칠갑이다.
" 왜 그러냐? 꼬매야.엉? 이게 뭐야~~"
금혁이아빠도 장갑을 벗어 던지고 눈을 한웅큼 쥐더니 준영이의 얼굴에 문질러 피를 닦아낸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연신 으~음 하고 신음소리만 내던 준영이는 갑자기 또 우~욱,우~욱 하더니 또 피를 토해낸다.
양도 적은양이 아니다.
" 어마나~"
은심이와 은별이는 그모습을 못보겠던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린다.
나도 내가 피를 토한듯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 야 이거 안되겠다...내 등에 업혀라."
금혁이 아빠가 준영이의 한쪽 팔을 잡고 뒤로 돌아 등을 돌리며 하는 말이다.
그런데 " 악~" 소리를 지르며 준영이가 금혁이아빠 손에 잡힌 손을 홱~뿌리치고 다시 주저앉으며 가슴을 부여잡는다.
" 꼬매야. 어째? 허리를 못 펴겠니?"
준영이는 대답대신 "으~으음" 하고 떨리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자 금혁이아빠는 살을 파고드는 추위도 아랑곳하지않고 패딩을 벗어서 내손에 들려주더니 준영이를 등뒤로 허벅지까지 잡고 끙~하고 힙겹게 안아올린다.
나도 언능 한쪽팔로 준영이의 엉뎅이를 받쳐 주었고 은심이도 다가와 반대쪽을 받들어 주었다.
양쪽 입가에 피를 물고 질~질 흘리는 준영이는 고통스러운지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인상만 일그러져있다.
" 야. 임마~준영아. 너 ..엉? 이게 뭐야?아~~이 피를 어떡하냐?"
나는 너무도 안타깝고 무서워 피 묻은 그의 손을 잡고 나도 모르게 푸념을 했다.
분명 그 반짝거리던 열매에 독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놈의 열매 하필 이 어린 준영이 눈에 띄일건 뭐람... 아~아니, 애당초 내가 왜 준영이 따라나서겠다고 할때 기어코 말려 떼여놓고 오지 못했던가..)
나는 이것,저것 밀려드는 후회가 가슴을 저미듯 밀려들었다.
거의 백여미터를 눈길을 헤치고 나무가지를 피하며 한걸음,한걸음 옮기는 금혁이아빠의 걸음걸이가 점점 더디여진다.
" 금혁이아부지, 내 좀 안기오."
금혁이아빠가 힘에부쳐 잠깐 걸음을 멈추고 숨을 돌릴때 내가 말했다.
" 아니, 일없다..휴~~ 옮겨 안으려면 꼬매 또 얼마나 아파하겠니?..쫌만 더 가면 되는데..."
온 힘을 팔에 주고 미끌어 놓치지 않으려고 안깐힘을 쓰며 그가 말했다.
나와 은심이, 은별이도 오른손,왼손을 바꿔가며 금혁이 아빠가 조금이라도 쉽게 준영이를 들어올릴수 있도록 힘을주어 받들며 네명이 한덩어리가 되어 드디어 힘겹게 나무 그루터기 뒤쪽까지 도착했다.
금혁이아빠는 준영이를 안고있는채로 언 바닥에 조심히 주저앉는다.
좀전에 은심이가 다급히 부르는 소리에 미처 나무가지를 깔아놓지 못했던것이다.
나는 서둘러 주변에 꺽을수 있는 나무가지는 마른나무가지든,젖은나무가지든 닥치는대로 몇개 꺽어 금혁이아빠 엉뎅이밑에 두고 뒤로가서 그의 겨드랑이에 팔을끼고 한쪽씩,한쪽씩 들어올려 깔아주었다.
그리고는 언능 들고있던 그의 패딩을 어께에 씌워 주고 준영이 앉힐 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시 나무가지를 꺽으려 뛰여다녔다.
눈치빠른 은심이와 은별이도 나를 따라 사철푸른 가분비,분비나무 잎을 키가 닿이는 높이까지 팔을 올려 꺽어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