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높이 날으는 구름들이 잔잔한 북서풍을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꼬리를,그리고몸뚱이를 흐트러뜨리고 이리저리 변신하며 흘러가는 모양이 마치 뽐내기를 좋아하는 동심의 여자아이들을 연상케하는 맑은 초가을 하늘이다.
그 파아란 하늘을 목빼들고 하염없이 쳐다보며 나는 한껏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한다.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한낮의 내리쬐는 해빛이 뜨거워 어쩌다 밖에 나가도 그늘을 찾아다녔었는데 지금은 낮이라야 정오때를 전후하여 몇시간을 빼고는 오히려 으시시한 선기에 한겨울집 난방처럼 따스한 햇살이 그립다.
지구 온난화때문이라고하지만 계절의 바뀜이 고층빌딩의 승강기 층수가 바뀌듯 훌쩍훌쩍 너무도 갑작스럽다.
어쨌거나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고등중학교 농촌동원때 짝꿍들끼리 입주변이 온통새까맣게 콩청대를 몰래 해먹다가 선생님한테 들켜 점심도 못먹고 벌칙으로 밭고랑 타고앉아 감자를캐던 그때도 이쯤때의 가을이였고
" 고난의 행군 " 이라 불리던 시절,
하루아침에 온가족이 두메산골로 쫓겨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생일날 통강냉이 한줌에 말린 산나물넣고 끓인 죽그릇을 눈물과 함께 삼키던 그날도 오늘같은 가을이였으며 일년반 남짓한 중국도피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브로커선이 닿아 한국으로 떠나오던날밤, 메콘강 이쪽 라오스의 정글숲에서 언뜻언뜻 풀잎사이로 지나는 반디불 마저도 총구를 겨누고 우리일행을 노려보는 국경수비대원의 눈빛마냥 긴장되였던 그밤길도 11월의 지금같은 가을이였다.
생소한 이땅에 와서 어느덧 11덟번째로 맞는 가을...
한국에 와서 삼십대를 넘겼다
나이 사십이면 내 인생도 어쩌면 여름은 지났다.
탐스런 열매처럼 익어가고 만물이 왕성한 피끓는 청춘의 여름은
고된삶의 역경속에서 헤쳐보기도 꺼려지는 가시덤불속에 뭍혀 세월과 함께 저기 뒤켠으로 이제는 서서히 멀어져간다.
통일이 되기전에는 다시 돌아 갈수없는 고향.
살아서 떠나온이들 죽어서도 돌아가길 소원한 그땅에 부모,형제 멀리두고 홀로 남은생을 보내야만 하는 서러운 내 영혼을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는듯이 뭉게뭉게 떠가는 저 구름에 담아 보낸다.
가을 바람이 예서 울집 뜨락까지 오늘 하루만이라도 북서풍만 불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가을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