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심한집사 Nov 05. 2024

미성년자 음주 금지

 매일 돌아오는 조회 시간이었다. 앞문을 통과하자 텅 비어 있는 1분단 끝자리가 다영의 눈에 확 들어왔다. 자리 배치표를 확인해 보니,  ‘우성현’이라는 학생의 자리였다. 학년부 선생님들께서 모두 한 성깔 하는 녀석이라고 말씀하시던 요주의 인물.   

  

  ‘네가 한 2주 본성을 숨기고 있더니 드디어 오늘 팡 터뜨리는구나! 그래, 오늘 푸닥거리 한 번 하자!’     


 다영은 어제 마침 저녁으로 장어를 먹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힘쓸 일 있을 때는 역시 장어만 한 게 없지 않나요?! 이 좌식 학교에 오기만 하면 내 다리 뭉댕이를 확…!     


 일단 조회를 마무리한 다영은 교무실로 돌아와 ‘릴랙스’를 되뇌며 성현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그럼 그렇지,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럴 줄 알고 이번에는 엑셀 파일로 정리해 둔 보호자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연결 실패.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람?!     


[우성현 학생이 현재 등교하지 않아 연락드렸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메시지 남깁니다. 확인하시면 회신 부탁드립니다.]     


 보호자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긴 다영은 일단 1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하필 또 담임 학급인 2학년 1반이었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성현의 자리가 유달리 신경 쓰였다.

 “교과서 127쪽 펴.”     


 벌컥―

 뒷문이 열렸다. 성현이었다. 성현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창가로 걸어가더니,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교복은 마구 헝클어진 매무새였다. 그러고는 하,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책상에 파묻었다. 그리고 드르렁 코를 골며 잠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야, 우성현. 담임쌤 계셔…….”

 옆자리에 앉은 시온이 눈치를 보며 성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깊이 잠든 성현에겐 무의미한 이야기일 뿐.

 ‘하, 우성현…?!’

 어떻게 휘어잡은 교실 분위기인데! 우성현 따위에게 휘둘리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할 터― 다영은 이 사태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다영은 성현에게 향했다. 곤히 잠든 성현의 날숨에선 느껴져서 안 될 향기까지 은은히 풍겨 왔다.

 ‘어라, 이거 술까지 마시고 왔잖아?!’

 결국 다영의 이성은 빠직 끊기고 말았다.

 “얘, 들어라.”

 다영의 진노한 음성에 학생들은 주춤하였다.

 “빨리!”

 그제야 반장과 부반장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그들은 양쪽에서 성현의 어깨를 잡아 부축했다. 여전히 성현은 인사불성 상태였다.

 “얘 1층 학생부실로 데려가.”

 반장과 부반장은 성현을 데리고 뒷문으로 나갔다. 다영은 사자후 같은 한숨만 내지를 뿐이었다. 내 짧은 교직 인생에서 진짜 별별 꼴을 다 보는구나.     

 

 다영이 학생들의 뒤를 따라 학생부실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성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부장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다영에게 물었다.

 “얘는 항상 부모님과 통화가 안 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자주 이러는데 참 징계를 줘도 그때뿐이고… 이러다 진짜 학교 그만두려고 그러나… 담임 선생님께서는 부모님께 연락해 보셨어요?”

 “아, 전화 연결이 안 돼서 메시지를 남겼는데 답이 없으시네요.”

 “다시 한번 연락하셔서 상황 설명하셔야 할 것 같아요. 누구라도 얘한테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인데, 참……. 일단 저는 교감 선생님께 보고 후 수업 들어가겠습니다.”

 “네…….”

 휑한 학생부실 소파에 널브러진 성현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영.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직 열여덟, 고2. 자식이 술을 마신 채 등교 시간을 훌쩍 넘겨 학교에 나타났음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부모.      


 휘잇―     


 다영은 눈을 감고 휘파람을 불었다. 성현의 30분 전이 알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가 멈춰버린 세계. 다영은 홀로 저벅저벅 걸어서 교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학교로 향하는 길목에서 성현을 발견했다.

이전 14화 이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