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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한집사 Nov 05. 2024

이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교실의 눈은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에서 일제히 교탁에 서 있는 다영에게로 향했다.


 “저거… 문신 보여? ‘전심교육’이래.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헐, 진짜네.”

 “이다희 가고 또라이 왔어. 큭큭큭.”


 분필을 들자 드러난 다영의 양팔 문신을 보며 학생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160cm의 작달만 한 체형, 기묘한 의상에 더 희한한 문신, 그리고 드럼 스틱까지. 누가 봐도 교사라기에는 이상한 캐릭터였다, 다영은.

 킥킥대는 학생들을 보며 다영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 첫 만남의 기싸움에서 휘어잡지 못하면 2학기도 망하는 거야— 잘하자, 주다영.      


 다영은 학생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흡사 먹잇감을 고르는 맹수의 표독스러움이 뚝뚝 흘러넘쳤다. 수군대던 말소리는 금세 잦아들었다. 학생들은 하나둘 고개를 숙였다. 굳이 다영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학기부터는 내가 너희들 담임이다.”

 “….”

 “왜 대답이 없어?”

 “….”

 “대답!”

 “…네.”

 “개미 기어가는 소리만 나잖아! 다시!”

 “…네!”

 다영은 첫날부터 학급의 기강을 확실히 세울 생각이었다.


 “내 이름 봤지? 나는 너희들의 2학기 담임이자 문학을 담당하는 주다영이라고 해. 우리 학교가 주광학원에서 설립한 주광고등학교인 건 잘 알 거야. 이사장 이름이 주영규인 것도 알고 있을 테고. 그리고 내 이름은 주다영이라는 거— 잘 알아두길 바라.”

 순간, 학생들의 동공이 흔들리며 교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조용!”

 다영은 다시 한번 소리를 빽 질렀다.

 “나랑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규칙을 알려줄 테니 잘 들어. 난 단순한 게 좋아. 그 시간에 해야 할 일만 했으면 좋겠어. 문학 시간에는 문학을 한다, 수학 시간에는 수학을 한다, 청소 시간에는 청소를 한다, 조회 시간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한다……. 알겠어?”

 “…네.”

 “늙어서 잘 안 들린다고, 더 크게 대답해. 다시!”

 “네!”

 “그럼, 이제 눈치껏 핸드폰 가방에 집어넣어. 무음으로 바꾸고.”

 학생들은 하나둘씩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치란 강약약강이다. 역시 이사장의 딸로 둔갑하길 잘했어, 다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반장 누구야? 조회 끝났으니 인사.”

 교실 두 번째 분단 넷째 줄에서 껄렁대던 남학생 한 명이 후다닥 일어났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공수! 배례!”

 “사랑합니다!”

 모두의 허리가 정확히 90도로 구부러지는 폴더 인사였다. 다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사랑합니다.”     


 정확히 그다음 교시부터 다영이 복도를 거닐면 복도에서 고성방가하던 녀석들도, 실내화 축구를 하던 녀석들도, 추격전을 벌이던 녀석들도 모두 자취를 감추고 길이 열리는 기적이 벌어졌다.

 그뿐인가— 문학 수업을 할 때면 모든 반 모든 학생이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전원 교과서와 학습지를 준비한 상태에서 아무도 졸지 않는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문학이 끝나면 탈진 직전이 된 학생들이 다음 교시에 내리 자기 일쑤였다.

 뭐, 어쨌거나 꼴통으로 유명한 주광고 2학년 학생들이 유일하게 문학 성적만은 상승하고 있었으니 잘된 일 아닐까.      


 이제야 수업다운 수업을 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요즘, 그럼에도 다영은 마음이 씁쓸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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