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시간이 흘러, 박흥부는 마침내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의 얼굴은 고난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여전히 강인한 의지가 남아 있었다. 감옥에서 나오는 순간, 그는 따사로운 햇빛이 얼굴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어둡고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었던 흥부에게는 이 햇빛이 마치 새로운 희망처럼 느껴졌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흥부는 속으로 다짐하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발걸음은 집을 향해 자연스럽게 향했다. 그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시간들이 그를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의 품에 안길 날만을 기다려왔고, 이제 그 시간이 찾아왔다.
흥부는 익숙한 거리를 따라 집으로 걸어갔다. 거리는 그리 변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다소 휑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놀라거나 반가워하기보다는 조용히 그의 존재를 인정하며 지나쳤다. 그는 그들의 시선을 느꼈지만, 그저 조용히 길을 걸었다. 그의 마음은 오로지 집으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흥부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져 있었다. 벽은 무너졌고, 지붕은 내려앉아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리워하던 가족의 안식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곡식과 과육을 보관하던 곳도 텅 비어 있었고,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가 남겨두었던 곡식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마당 한쪽에 남아 있는 것은 단지 박의 껍데기뿐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풍요로움과 행복의 마지막 흔적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흥부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서, 집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 슬픔과 허무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천천히 남아 있는 박 껍데기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박에서 얻은 기적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 껍데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의 삶에서 남은 마지막 조각처럼 보였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박 껍데기를 바라보던 흥부는, 문득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그는 무너진 집과 사라진 곡식들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단순히 좌절에 빠지는 대신,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이 박 껍데기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 흥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박 껍데기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 껍데기는 여전히 단단했고, 그의 손 안에서 따뜻한 감촉을 전해주었다.
그는 박 껍데기를 톱으로 잘라내고, 그 안을 정성스럽게 다듬어갔다. 그의 손길은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의 고난을 견뎌낸 인내와 지혜가 담겨 있었다. 박을 다듬는 동안, 흥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들을 떠올리며,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만들고자 한 것은 '박'과 '구박'이라는 악기였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악기들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그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상징이었다.
“이 박과 구박은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 흥부는 속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과 구박은 완성되었다. 흥부는 그 악기를 손에 들고, 조용히 집의 잔해를 둘러보았다.
작가의 말
박흥부의 여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향한 발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