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손
모리스 소령이 돌아가고 난 후, 화이트 씨의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화이트 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딸 루시뿐이었다. 거실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 놓인 원숭이의 발이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리스 소령의 진지한 경고는 화이트 씨의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혔다. 그러나 그들은 그 발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원숭이 발은 크고 투박했으며, 다소 흉측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건조해진 가죽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듯 갈라져 있었고, 발톱은 날카롭게 휘어져 있었다. 마치 한때는 강인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모두 빠져나간 채로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털은 거의 다 빠져 있었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몇 가닥의 거친 털이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그 털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어두운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변색된 모습이었다. 발의 모양은 사람의 발과도 닮아 있어 더욱 기괴한 느낌을 주었는데, 다섯 개의 발가락이 인간의 발가락처럼 뻗어 있었지만, 그 모양은 비정상적으로 길고 뼈대가 두드러져 있었다.
특히 발의 중앙 부분은 움푹 패여 있어, 무엇인가를 꼭 쥐고 있던 기억을 간직한 듯 보였다. 그 부분은 마치 오랫동안 무언가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던 것처럼 굳어져 있었다. 발의 전체적인 색조는 죽음과 쇠락을 연상시키는 회색빛을 띠고 있었고, 그 표면은 차갑고 딱딱했다.
화이트 씨는 원숭이 발을 보며 섬뜩한 호기심과 동시에 막연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그 흉측한 물건을 들어올렸다. "이게 정말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해?" 그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루시는 신기해하며 말했다. "모리스 소령님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냥 농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로 작동할까요?"
부인은 약간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모리스 소령이 원래 육손이었을까요? 저는 그의 손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요?”
화이트 씨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모리스를 몇 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의 손가락은 분명 다섯 개였어.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그가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모를 일이야."
부인은 한층 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게 정말로 원숭이의 발이라면, 당연히 원숭이 손도 있었겠지요. 저는 이렇게 흉측한 원숭이의 손이 정말로 궁금해요. 원숭이의 손을 소원해봐요."
화이트 씨는 처음엔 웃으며 부인의 말을 가볍게 흘려보내려 했지만,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원숭이의 손이라…" 그는 무심코 원숭이의 발을 손에 들고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불안을 상쇄시키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확실하게 이 흉측한 발의 정체를 알아내고 싶었다.
모리스는 예전부터 엉뚱한 면이 있었다. 그가 생명공학이 발달한 어느 나라에서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갖기 위한 수술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일 모리스가 자신에게 장난을 친 거라면, 그가 가족들 앞에서 더이상 조심스럽게 구는 것도 영 체면이 안서는 일이었다.
그래서 화이트 씨는 부인의 장난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여 보기로 했다. "좋아, 한번 해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만인 거고."
그는 원숭이의 발을 단단히 쥐고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나는 원숭이의 손을 원한다."
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세 사람 모두가 숨을 죽이고 무언가 일어날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이트 씨는 잠시 후 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
"모리스 씨가 장난을 친거라니까요." 화이트 부인이 말했다.
"그래, 이건 그저 미신에 불과해." 화이트 씨가 말했다.
부인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재미로 해본 거니까요."
이제야 화이트 씨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냥 모리스 소령이 우리를 놀래주려고 한 걸 거야. 이런 걸로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들은 잠시 동안 원숭이의 발을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그 밤, 그들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기이한 일들이 시작될 거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작가의 말
그들은 이 기이한 물건의 진정한 힘을 알지 못한 채, 단순한 장난으로 여기며 소원을 빌어보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무서운 진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미신이라며 가볍게 넘긴 그들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