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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Nov 07. 2024

차르는 뽀뽀냥

차르의 보상은 간식이 아니고 뽀뽀

까꿍! 차르!





고양이던 강아지던 문제행동 솔루션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은 '보상'이고,

그 보상은 항상 '간식'이다.

놀라운 해결사 간식에 흐뭇한 미소를 보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고양이가 환장한다는 간식을 보면 그냥 차르한테 사주고 싶다.


급히 도착한 택배 박스에 성급하게 달려드는 걸 보고 기대를 걸어 보지만, 차르의 관심은 딱! 부스럭부스럭 간식이 개봉될 때까지 만이다.


'먹어 봐, 먹어봐, 맛있는 거야~"


냄새만 맡아보면 환장할 거라 생각하고 쫓아다니며 코에 대 줘 보지만 고개를 홱 돌리고 앞발을 탁탁 턴다.

무슨 못 먹을 음식을 들이댄 것 모양!


물컹물컹한 홍시에 환장하는 남편이 물컹물컹을 싫어하는 나에게 홍시를 한사코 들이미는 광경이랑 똑같다.


사료던 츄르던 간식이던 지가 좋아하는 만 고수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오늘도 여전히 고양이 간식을 뒤지고 있다.

무조건 용량이 최하인 것을 골라 사 줘 보지만 역시 지퍼팩이 꼭꼭 잠긴 채 조용히 모셔져 있다.

성당 길냥이님들께 헌 것을 줘서 대단히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냥놀이 할 때도,

사냥감을 포획한 후 성취감을 느끼도록 간식을 꼭 줘야 한다길래 얼른 대령시켜 보지만 그 원칙이 다 통하는 건 아닌가 보다.


그럼 차르는 어떻게 해 줘야 좋아할까?


단 한 가지!

폭풍 뽀뽀 세례이다


빗질해 주려고 빗만 들어도 냥 ~물려고 덤비고, 배는 물론 손발 만지는 것도 극히 싫어하는 까칠, 예민한 놈이 일단 사냥감을 포획하면 사냥감도 좋아하는 간식도 다 치워버리고 바짝 엎드린다.

그럼 나는 사정없이 궁디를 팡팡 두드리고 죽은 털이 다 빠지도록 거칠게 온몸을 쓰다듬은 후, 두 손으로 차르 얼굴을 꼭 잡고 뽀뽀세례를 퍼붓는다.

눈과 코와 볼과 이마에.


"어유~우리 짜루! 왜 이렇게 잘해, 왜 이렇게 잘 잡아."


그러면 차르는 아주 만족한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밥톱을 깎을 때도 마찬가지다.


차르가 걸을 때 따각따각 하이힐 소리가 나면, 아들과 나는 눈빛을 교환하고 합동작전을 펼친다.

내가 차르를 안고 사정없이 뽀뽀 세례를 퍼붓는 사이, 아들이 온갖 칭찬을 하며 하나씩 발톱을 깎는다.

발버둥을 치려고 하면 나는 더 격하게 뽀뽀를 한다.

그러면 마지막 며느리발톱까지 깎도록 잠깐 또 참아준다.

하지만 앞발 뒷발을 한 번에 다 깎을 려고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적당한 타협선은 꼭 지켜야 한다.


동물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발톱을 깎아 주시려는데 과호흡을 해서 중단한 적이 있다.

우리는 기겁을 하고 설사 의사 선생님일지라도 함부로 맡기지 않기로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복막염의 주원인중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하니  우리는 스트레스의 '스'도 받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양치질할 때도 역시나다.

멜론향(바르는 치약향) 나면 그때부터 술래잡기 시작이지만, 일단 잡혀서 지긋이 뽀뽀를 해주면 체념한 듯 세상 순한 냥이가 된다.

 양치하고 뽀뽀하고, 저쪽 양치하고 뽀뽀하고.

하지만 양치는 전광석화처럼 실시해야 한다.

극도로 싫어하는 거라 어금니 깊숙이 까지 욕심을 부려서는 난리통을 겪어야 한다.


심기가 불편해 보일 때도 얼른 얼굴을 들이밀고 뽀뽀를 하면 평온한(?) 얼굴이 된다.



스케일링하러 갔다가 신장수치가 높아 하루 입원했었다. 

다음날 만났을 때 아들과 나, 차르 셋이 얼마나 격하게 헤딩과 뽀뽀를 주고받았는지 주치의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


새벽에 밥 달라고 야옹거리며 얼굴을 비비다가 그래도 깨지 않으면 귀에다 바싹 대고 크게 냐~옹 한다.

그럼 나는 못 이기는 척 일어나 차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뽀뽀를 해댄다.

차르는 골골송으로 답해준다.

하지만 밥은 안 주고 계속 뽀뽀만 퍼붓다가는 이빨 세례를 면치 못한다. 


불행하게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은 맘껏 뽀뽀를 해 댈 수 없어 매우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알레르기가 무서워 뽀뽀를 안 할 아들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감기도 서로 전염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극심한 고양이 알레르기 소유자인 아들이지만 고양이와 뽀뽀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방관 못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랑에도 등급이 있는 우리 차르는 뽀뽀를 2등급인 나한테 까지만 허락해 준다.

3등급인 아빠는 코에 살짝 입을 대는 정도만 허락하고,

최하 등급 할머니는 상상으로만 뽀뽀를 하실  있다.

2주마다 만나는 작은 형아는 아빠와 할머니보다는 특별대우로 살짝궁 뽀뽀를 허락해 준다.


좋아하는 게 아니고 참는 거라고?

절대 그럴 녀석이 아니다.

싫어하는 걸 하다가는 가차 없이 물리고 마니까!



처음엔 뽀뽀세례가 좋지만은 않아서 참았겠지만,

지금은 그게 최대치의 사랑 표현이란 걸 알고 즐기 같다.



뽀뽀냥 우리 차르 아프지 말자, 뽀뽀는 보장해 줄게!!

 

떡실신해서 스타일 구긴 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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