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무 바쁜 엄마

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3

by Rani Ko

모든 발달이 조금씩 느렸던 준이는 속도가 느렸을 뿐 18개월에 완벽히 걸었다. 육아서에는 걸음마에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12개월~18개월 사이에 독립보행이 가능해지면 정상이라고 나와 있었다. 보행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면에 있어서 준이는 남들보다 조금씩 늦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여기고 넘겼다.

7개월부터 일찍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한 준이. 엄마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남들보다 발달이 느린 건 인정했으면서도 나는 미뤄두었던 대학원 졸업을 하고 싶었다. 윤이가 18개월이던 해가 대학원 재입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첫 출산을 하면서 중도 포기했던 대학원을 5년 이내에 재입학하면 이전에 이수했던 학점을 모두 인정해 준다고 했다. 고민하다 그래도 해 놓은 게 아까우니 졸업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다시 입학하게 되었고 야간대학원이라 주 이틀만 봐주실 분을 어렵게 구해 부탁드렸다. 아이가 순하고 케어하기 어렵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그래도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학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준이를 끼고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줬어야 했었다. 언어 폭발 초창기를 엄마의 자아실현과 미래를 위한 명목으로 그냥 흘러 보낸 것 같아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럽다. 왜냐하면 내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주 2회의 시간 말고도 다른 날 역시 과제를 하기 위해 아이와 상호작용을 많이 못해줬기 때문이다.


엄마가 조별 발표라도 있는 날이거나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는 주는 윤이와 준이는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녀오고 나서 종일 티브이만 봤다. 나는 밥과 간식만 챙겨줬을 뿐, 아이들은 엄마가 바쁜 날은 알아서 리모컨을 챙겨 들고 티브이 앞에만 앉았다.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편했다. 아이들이 나한테 놀아 달랐다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귀찮게 하지 않으니 엄청난 양의 과제를 끝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지식을 쌓아가는 동안 아이들은 티브이라는 바보상자만을 낀 채 발달의 황금기를 놓치고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티브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유아기 때에는 눈을 맞추며 1대 1 사회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해줘야 의미 있는 자극을 받아 아이들의 뇌가 깨이고 말이 트이는데 티브이는 오로지 지금 아이가 처한 상황과 무관한 일방통행적 정보만을 주입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현란한 영상과 시끄러운 소리로 시각과 청각에도 무의미한 자극만 주어질 뿐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Rani Ko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19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27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2화순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