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
비 오는 날, 아버님을 그리다
2주 전, 시아버님을 떠나보냈습니다.
남편과의 인연으로 만나 가족이 되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로 제 삶에 남아 계셨던 분이었기에 이별이 더욱 깊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분이셨기에 그 빈자리가 더욱 크기만 합니다.
아버님은 늘 말씀이 적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며느리인 제게만큼은 따뜻함으로 다가와 주셨습니다.
소박한 안부 인사 속에서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도 그 깊은 사랑이 늘 느껴졌습니다.
6·25 전쟁을 어린 시절에 겪으시고, 대한민국의 치열한 성장기를 온몸으로 살아내신 세대.
그 시절의 아버지들이 그러셨듯, 가정보다는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바치셨습니다.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오래 재직하셨고, 일터에서의 성실함이 곧 삶의 무게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뵌 건 은퇴 이후의 모습이었지만, 그 무게와 흔적이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계셨습니다.
자식들의 기저귀는 갈아주지 않으셨다 하셨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 아이들, 곧 친손자들의 기저귀는 직접 갈아주셨습니다.
작은 손을 어루만지며, 똥기저귀를 갈아주시던 그 손길에 담긴 애정은 말수가 적은 아버님의 또 다른 언어였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참 고마웠고, 한없이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병상에 계실 때, 마음 한편을 후벼 파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식으로 치킨을 더 자주 넣어드릴 걸, 그 작은 기쁨조차 충분히 챙겨드리지 못했다는 마음에 지금도 가슴이 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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