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의 필요성
질투의 대상이 공개적으로 되긴 처음이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다만, 질투하는 사람끼리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질투당하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변수였지만.
나는 그간 새로운 것을 두려워했지만, 사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삶에서 어려운 순간들을 지나오며, 변했던 것이지 본능은 남아있던 것이다.
여전히 나는 다 함께 놀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했다.
실실 웃고~ 좋아죽네요?
미리 말하자면, 아이들이랑 게임을 하면서 웃는 것은 진짜 웃음이라고 할 수도 없고 가짜웃음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일종의 선생 소명에 의한 웃음이었다.
아이들이 말하는데 무표정이나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둘째 날 아침, 아룬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 옆에 앉아서 지켜보다가 새로운 아이가 자신과 함께 놀자고 나를 끌고 간 것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재현’이었다. ‘재현’이는 선생님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아이 중 하나였다. 다른 아이들과 놀면 안 되고 자신과만 놀아야 한다는 아이. 공기놀이를 선택하고는 한참을 놀다 보니, 아룬이가 다가와서는 뭐하는지 슥슥 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자신 또한 공기놀이를 시작하는 것이다.
평소 멀티태스킹을 잘한다고 자부하는 나 자신이었는데, 그날 깨달았다. 나는 멀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여태 멀티태스킹을 한 것은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왼쪽 귀로는 아룬이가, 오른쪽 귀로는 재현이가 서로 각자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각자 공기를 하면서 자신을 봐달라는데,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중간에서 새우등 터진 꼴이 된 것이다.
재현이는 워낙에 말이 많았다. 그리고 아룬이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공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공기를 하면서 잘될 때면 꼭 내가 안 본다는 것이었다;;; (그 마음 나도 이해한다. 잘될 때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부르면 안 되는 그 느낌…)
“아 선생님! 아까 저 진짜 잘했는데! 아 또 안 봤어!!”
미안하다 여러 차례 말하였지만, 양쪽에서 혼을 빼놓으니 집중력이 완전히 바닥이 난 것이다. 편협한 사고 일지 모르겠지만, MBTI I(내향형)이라서 그런지…. 정말이지 영혼이 빠진 느낌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어떤 말도 들을 수가 없었다. 거의 무아의 지경에서 멍하니 껍데기만 남아있던 나는 아룬이의 한 마디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시 나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눈은 초점 없이, 그리고 입술에는 미소를 짓고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런 내 옆모습을 보던 아룬이가
“쌤! 아주 거기 가더니 실실 웃고~ 좋아죽네요?”라는 것이다….!
아니, 8살짜리 아이에게서 어떻게 그런 아침드라마 같은 발언이 나올 수 있는지…. 너무 웃기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고 당장 가장 어린 존재가 될 수 있는 집으로 튀고 싶기도 했다. 아무튼 아이들은 질투가 정말로 많은 것이다. 선생님의 몸은 약 사십 개쯤은 되는 줄 아는 아이들이다.
좋은 의미의 질투를 받는 것이 그렇게나 힘든 줄은 몰랐다. 원래 좋은 의미의 질투라는 것은 하는 사람이 힘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그날은 파죽이 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세발의 피였다. 그 이후에도 얼마나 쟁탈전을 하고 관심을 달라고 하는지…
사실 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타입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집중하는 것을 싫어하고 진심이 아닌 공감을 단 1초라도 하게 되면 급 피곤해진다. 또한 누군가의 감정토로에 공감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편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봉사를 통한 생활지도였는데, 느낀 바가 많았다. 내가 고쳐야 할 점.
1.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것.
2. 친절하지만, 단호할 때도 있을 것.
3. 끈기와 인내를 기를 것.
4. 아이들이 논리적인 구조 없이 말하더라도 끝까지 들을 것. (급한 성격 고칠 것)
5. 결과 지향론적 가치관을 고칠 것.
6. 즉각적인 반응을 해주는 능력을 기를 것.
7. 근거 있는 칭찬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8. 체력을 기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