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을 못 따는 사람
나의 팔 힘은 나쁘지 않다. 그래도 어릴 적 많이 뛰어다니고 운동을 한 결과로 어느 정도의 근육은 가지고 있었다만, 유일한 약점이 아귀힘이었다.
무언가를 움켜잡는 힘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병뚜껑을 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보통은 엄지와 검지로 돌려 따는데 나는 주먹을 쥐고 손바닥 힘으로 딴다. 그러다 보니 정말 열기 빡센 뚜껑을 한번 열고나면 손바닥 쪽에 피가 나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어른의 무게를 느낀 상황이 있었다.
현장체험학습을 갈 때마다 얼음 음료를 들고 갔는데, 그 얼음음료를 아이들 아귀힘으로는 따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무리 내가 아귀힘이 약하다 하여도 그 아이들 만할까…? 그 고사리 같은 손보다 과연 내가 연약한 것인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아이들 것을 따주었다. 장장 10명 이상.
한 아이가
“선생님! 이거 따주세요!”
하는데 갑자기 책임감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어른이다!!!! 하는 기분에 마음이 몽글해지기 시작하면서 응!!! 하면서 따려고 하는 순간
아. 뿔. 싸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안 그래도 따기 힘든 구조인데, 얼기까지 했으니….
손이 아팠다. 하지만 나의 손을 응시하며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니, 차마 포기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손을 말아 쥐고 따 주었다.
한 개가 열리자
맙. 소. 사.
아이들이 우르르 줄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