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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마음이 가는

“왕 방아깨비 쌤 줄게요. 선물이에요”

by 최해이 Jan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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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마음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교육시간 60시간 중 여름방학 동안 52시간을 채웠다.

물론 60시간을 다 채울 수 있었다.

왜 나는 8시간을 남겼을까?



바로 그 마음이 가는 아이들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1학년 아룬이와 고윤이


처음에는 1학년 아이들이 재미있었다. 의외로 3학년 아이들은 낯을 가리는 것이었다.

1학년에 아룬이와 고윤이 이 두 남자아이와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선생이 재미를 추구해서 되는지는 모르겠다….)


1학년이라 질투도 많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가끔씩 쌤… 하면서 폭 안기는 것이 제법 귀여웠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귀여운 것에 끔뻑 죽는 사람이었다.


아룬이와 고윤이라는 1학년 남아 이 둘은 전혀 다른 성향이었지만, 잘 놀았다. 나는 아룬이랑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고윤이와도 친해진 것이다. 고윤이는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생겼다. 게다가 장난꾸러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귀여워하는 아이, 그게 고윤이었다.


한 번은 선생님이 난리난 적이 있었다. 고윤이가 놀다가 학원시간을 놓친 것이다. 그것도 1-2분이 아니고 2시간이나… 말 그대로 그냥 학원을 짼 것이었다. 사실 고윤이는 나와 놀다가 까먹은 것이다. 까먹은 척했을지도 모른다.(ㅋㅋ) 아무튼 그날 고윤이의 ‘헐. 까먹었어여. 헤헤‘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다음부터 고윤이의 학원 시간에 다들 긴장을 놓지 못했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아침 일찍 센터에 있으면 거의 11시쯤 되어서 들어오는 아이가 있다. 고윤이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 고윤이를 보며


“안녕 고윤아!” 했을 때,


고윤이는 말없이 내게 기대었다. 이럴 수가. 너무 귀여웠다. 나는 벌써 느껴진다. 물론 초등학교 교사는 아닐 테지만, 귀여운 것에 끔뻑 죽어 거짓말에 홀랑 넘어갈 내 모습을…. 나는 지금부터 훈련을 할 것이다. 귀여움에 넘어가지 않을 노력 말이다. 귀여움에 속아 마음을 빼앗기는…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상처받는 그런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을 테다!



하민&하연 남매



아룬, 고윤… 이 둘과 노는 와중에 시야의 가장 가장자리 부분에 항상 있는 아이가 있었다. 3학년 하민이었다. 처음 왔을 때, 하연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어. 예쁘다”하는 아이였다. 여러 번 말을 걸어보았지만, 하연이는 숫기가 매우 없어서 쑥스러워하기만 했다. 그래서 바로 다가가기보다는 천천히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쌤~ 하민이 누구 오빠인지 알아요?”

“어? 설마 하연이?! “



다들 닮았다며 아우성이었다. 하연이는 어리다 보니, 센터에 꽤 오래 다녔고 하민이는 오랜만이거나 혹은 처음인 듯했다. 다들 닮았다며 아우성이니 하민이와 하연이는 쑥스럽게 웃기만 했다. 조금 까마잡잡하고 멋쩍게 웃고 있는 하민이와 하얗고 쑥수럽게 다리를 베베 꼬고 있는 하연이, 이 아이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었다.



현장학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 더 풀겠지만, 현장체험 학습을 했던 하루였다. 과학관 관람이 끝난 후 아이들은 놀고 싶어 했다. 원장님은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을 주었다.


화창하고 쨍쨍한 날씨, 힘이 넘치는 아이들은 언덕 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초록색 풀 위를 쏘다니며 뛰어다니던 아이 중 하나, 그 까마잡잡한 아이가 그렇게도 해맑은 표정으로 내가 앉아있는 휴게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저! 방아깨비 잡았어요!”


방아깨비 한 번, 그 아이 한 번. 그렇게 쳐다보다가 나까지 동화되어 활짝 웃었다.


“우와! 하민아! 너 방아깨비도 잡을 줄 알아? 진짜 멋있다!”


다시 나간 하민이는 방아깨비 수집가나 다름없었다. 한 손 가득 방아깨비를 잡고는 방아깨비를 못 잡아서 찡찡 거리는 아이 몇몇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방아깨비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나를 쓱 보더니 말하는 것이다.


“왕 방아깨비 쌤 줄게요. 선물이에요”



하며 수줍게 방아깨비를 내미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곤충을 잘 만지지 못한다… (물론 나도 유치원 때는 공벌레를 굴리면서 놀았지만 말이다…) 선물이라는 것을 차마 받지 않을 수 없어서 받았다.


그때 손에 잡힌 방아깨비는 벌레 혹은 곤충이 아니라, 선물이었다. 하나도 징그럽지 않았다.


곤충이 아닌 물건이었다면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어서 갔을 것이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하민이는 내 최애 아이가 되었다. 너무 착한 아이였다. 그렇다고 소극적이게 노는 아이는 아니었다. 축구를 좋아해서 까무잡잡했고, 곤충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씩씩한 아이였다.



마지막 날까지 나와 하민은 서로 딱밤을 놓으며 티격거리면서도 재미있게 놀았다.


남은 8시간은 아마 아이들의 착한 마음 때문에 남겨둔 여지일 것이다.




쪽지


잠깐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6학년 때였다. 담임 선생님은 자주 아프셨다. 그래서 퇴임하신 선생님께서 잠시 와서 반을 자주 맡았는데, 하필 6학년 1반은 말썽꾸러기들이었다. 선생님이 그간 세 번 바뀌었다고 하면 감이 잡힐 것이다.


여전히 기억나는 쪽지가 있다.


할머니 선생님께서 우리 반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하실 때면 내가 늘 반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는 했다. (반장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튼 내 말은 잘 들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 선생님이 내게 웃어주신 기억이 난다.



할머니 선생님의 마지막 날, 선생님께서 내게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주셨다. 그리고 화단의 꽃 한 송이를 함께 주셨다.



“@@아 고맙다. 꼭 한 번 전화해 주렴”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고, 얼렁뚱땅 덤벙거리는 나는….

그 종이를 잃어버렸다.


집에 와서는 한참을 찾다가 어린 나이라 미련 없이 잊은 기억이 난다.


아마 그 선생님께는 내가 하민이 같은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이 가는 아이.



어쩌면 가장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선생과 학생 혹은 제자 혹은 아이는 그 누구보다 가까워졌다가도 언젠간 이별해야 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이별이 싫은 나에게 선생이라는 직업은 참으로 혹독한 것 같다.

정을 잘 주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을 다 주는 나에게 선생이라는 직업이 참 혹독한 것 같다.

모든 행동에 있어서 온 힘을 다 쏟는 나에게 선생이라는 직업이 참 가혹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나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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