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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할리갈리

할리갈리는 그 아이들의 인생이었다.

by 최해이


아이들과 익숙해졌을 때, 내 머릿속에 맴돌던 말은

‘이놈의 할리갈리’였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계신 근로 선생님도 중얼거리셨다. ‘와- 저놈의 할리갈리. 진짜 너무 좋아한다 애들이…’


나도 어릴 적 할리갈리와 루미큐브 외 여러 종류의 게임교구들로 성장한 아이였다.

특히 룰이 단순한 할리갈리는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게임이었고,

복잡한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자,

싸우기도 많이 하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리고 싸울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누가 더 빨리 종을 쳤느니~ 카드를 몰래 먼저 봤느니~하는 판단에는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다가온다.

“쌤 우리 할리갈리 해요!”

“그래!”


그렇게 시작한 할리갈리는 10판은 기본이었고, 내가 계속 이기면 문제였으며

그렇다고 내가 계속 지면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나는 할리갈리를 하는 와중에도 적절히 이기고 져줘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10판은 해야 하는 것이었다.

(가끔 하기 싫을 때는 계속 지거나… 계속 이기면… 그만하자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노하우가 생겼을 때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할리갈리를 한 아이와 끝내고 나서 정리 후 잠시 앉아 쉬고 있으면 또 다른 아이가 다가온다.


“쌤~ 할리갈리 해요”


그렇게 다시 할리갈리를 시작한다. 할리갈리를 하다 보면 다른 아이들도 구경 온다.

구경 온 아이들 중 일부는 다음 판부터 자신도 끼워달라고 한다.

그래서 끼워주면, 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끼리 싸우는 것을 중재하느라 또 급급하다.

선생님이 지거나 이기면, 아이들의 반응은 이러하다

-> 진다: 에휴… 제가 카드 몇 장 더 드릴게요(선심)

-> 이긴다: 아! 쌤! 이제 그만해요


그러나 동년배들끼리 하면서 연속으로 지거나 이기면, 아주 난리가~ 난리가~ 나는 것이다.


그렇게 힘을 쏙 빼고… “얘들아 너네 이제 그만해. 너무 싸운다”하고 대충 얼버무리며 정리를 하고 쉬고 있으면


“쌤~~~”

하면서 한 아이가 수줍게 다가온다. 그 아이의 손에는 할리갈리가 들려져 있다.


나는 영혼이 빠진 채 말한다.

“쌤… 여태 할리갈리 했어…”


그러면 그 아이가 토도독 달려가서는 다른 것을 빼온다. 그것은 포켓몬 할리갈리였다. (원래 가져온 것은 과일 할리갈리)

나는 물음표를 띈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면 그 아이가 말하는 것이다.


“이거는요~ 포켓몬 할리갈리예요. 저거랑 달라요”


그럼 이제 다시 포켓몬 할리갈리를 하는 것이다…



저승에 나태 지옥이 있다면, 분명 할리갈리 지옥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할리갈리에 ‘할’ 자만 봐도 온몸에 영혼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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