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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하 SEONGHA Oct 25. 2024

내일은 오늘을 뒤돌아 볼 수 있도록

처음 하는 일이 그렇죠. 어때요! 내일이 되면 두 번째로 하는 일이 되죠

정말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승선을 하고 3주 정도가 지났어요. 기다림을 가진 올해는 더욱 길었고, 어디에서 라도 쓰임을 받으려 부단히 노력했던 10개월 남직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후련하게 선박에 올라탔어요.


초반 일주일 남짓한 시간은 지금까지의 염원을 후련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성취감이 있었어요. 사실 지난 올해 무탈하고 평범한 생활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어딘가 쓰임 받지 못하고 소속되지 못하고 필요 없어진 사람이 된 비굴한 기분이었어요. 그런 어두운 면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지난 일주일 간의 바쁨과 피로가 값진 것이었죠.


일주일이 더욱 흘려 피로가 쌓이니 뿌듯함 보다는 고됨이 더 보이네요. 평화롭던 일상이 다시 그리워 집니다.


쌓인 피로는 저를 여러모로 괴롭게 합니다. 머릿속에 안개가 끼인 것처럼 생각이 맑지 않아 졌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하고 있고, 마음은 위축되어 작은 한마디에 주눅 드는 나답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어요.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어, 처음 치고는 잘하는 거야 말하는 위로가 되었어요. 올해 초의 정신병과도 같았던 과독증 증상은 삶이 피로해지니 자연스럽게 멎어 들고 사색하지 않고 오로지 일과 휴식의 반복을 하고 있었어요. 좋은 의미로는 치료된 거 같지만, 그 시절 작은 물성에도 생명을 느끼고 마음 한편이 촉촉해지는 감동을 느낀 마음이 그립기도 하네요. 그 가슴으로 지금의 바다를 볼 수 있다면,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감동을 느낄 텐데, 22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바다 풍경은 또다시 감옥과 같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문특 겁이 듭니다.


지난 시간동안의 배움으로 감정을 찾았지만, 다시 짙어질까 두려워요.


그럼에도, 지난번과 다른 점은 확실히 있어요. "기억의 매개체, 사랑"을 알고 있어요


각종 서류들과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사랑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 배를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기억의 매개체를 붙잡으려고 노력을 해요.


 마음이 흔들릴 때 육지에서 처럼 시간을 내어 고심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시를 만들면 좋겠지만 시간이 녹록지 않네요.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글을 쓰지는 않지만, 독서는 이어서 하고 있어요.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의 두 권의 70kg의 배낭 중에 기어코 챙겨 왔던, 니체의 격언과 성경입니다.


이 두 책의 존재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작가가 불경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어요.  제 생각이 그래요. 이 두 권의 책이 함께 있는 거부터가 불경할 수도 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와 역사, 니힐리즘으로 평가받는 철학자 '니체‘ 두 이야기를 병렬 독서 하다니, 스스로도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이 이야기들은 삶의 기록이자 삶을 진심으로 사랑한 이들의 말이에요. 선천적으로 인지 후천적으로 인지 사랑에 서툰 제에게 이 이야기들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그래서 틈틈이 마음이 흔들리면 읽고 머릿속에 안개가 끼면 지워내려고 읽어요.

지난주였던가? 이번 주였던가..


최근에 이 둘을 읽다가 감명 깊었어요.


날짜 선을 오가며 항해를 하고 있으니, 시간에 쫓기고 있으니 시간 감각이 어지러워요. 하지만 분명히 난잡한 기억들 속에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일이란 좋은 것이다, 쓸데없는 망상을 품는 것조차 잊게 만든다. 기분 좋은 피로와 보수까지 선사한다."


이 글의 존재 가치는 종이 한 장의 몇 글자로 쓰인 것이지만, 제에게 그 가치는 그간의 일주일의 피로를 씻어주는 위로였어요.

 격한 공감을 했던 글이었어요. 저에게 일이란 과독증이 치료되고 사색을 멈출 수 있고 시간이 잘 흐르게 합니다. 이 글로써 삶의 좋은 측면을 조망하기에 지금의 찬라의 장점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그쪽으로 확증편향이 생기면서 긍정적인 사고의 눈뭉치가 굴러갑니다. 저에게 이 책은 그런 쓰임이 있습니다. 종이 질감만이 줄 수 있는 무언가 단오함과 신뢰감이 있어요.


그렇게 잘 굴려 갑니다. 이 삶이 그럭저럭 괜찮다 느껴요.



정신없이 출항한 이후 도작지에 도착했어요. 잠시 여유가 생기니 육지에 소식이 궁금해 집니다. 그래서 찾아봤어요.


지난 3주간 대한민국에도 많은 일이 있었던 거 같아요.

 매일 아침 아버지와 뉴스를 보았던 육지에서와 다르게, 지금의 저는 그 정보의 홍수를 도무지 따라갈 수 없어요. 그저 안녕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여러분이 무탈하기를 바라요.


저는 지금은 남반구 정확히는 오스트레일리아 해역에 있습니다. 먼 곳이지만,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죠. 어때요? 신기하죠?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간 펜을 잡지 못한 이유도 있어요.


먼저 펜을 못 잡은 이유는 인터넷이 안된다는 진부한 핑계고요. 사실 피곤해서 그런 수고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밀린 보고서가 잔뜩 있는데, 글쓰기에 시간을 쓰기에는 뭔가 월급 루팡 같잖아요. 약간 죄책감이자 피로감이 못 쓴 이유고요.


오늘 글을 쓴 이유도 있습니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호주의 네트워크로 인터넷을 하는데 생각보다 빠르더라고요. 마침 전날 당직이어서, 일찍 퇴근하였습니다. 평소라면, 야근하면서 밀린 서류도 하고 앞으로 쓸 서류를 준비하고 공부할 텐데. 집에 안부를 전하고 싶었어요.

어젯밤 기관장님 와이프 분이랑 전화하는 것 어쩌다 들어서 일지도 있고요. 문특 부모님이 생각난 걸지도 모르지만은요. 전화를 했습니다.


쏟아지는 걱정이 싫지 않더라고요. 내심 좋으면서,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살이 많이 빠쪘는지 묻더라고요. 네 맞아요. 많이 빠졌어요. 하지만 말씀 안 드렸습니다. 오히려 찌고 있다고 했어요. 저는 다이어트가 되고 있어서 좋은데 말이죠? 걱정하실게 뻔하잖아요.


그렇게 저를 걱정하시니, 그 뜻에 따라 하루 즈음 나를 보살피려고 했어요. 흐려진 머릿속 안개를 어떻게 걷어 뇌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써야죠. 글을요!


하소연이자, 작가의 근황이자, 정신병록 같네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저를 멀리서 보시는 분들은 저의 실루엣을 본다고 생각해요. 크고 빠르게 앞서가고 우뚝 서게 보이시나요?

저는 저를 가까이에서 보아요. 자주 위축되고 서투르고 상처받고, 작고 소심하고 내향적이에요.


 그런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 두려워하고 도전하는 일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죠. 하지만 어떠한 반항심으로 20대 이후부터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루트에서 튕겨져 나와 이렇게 낯선 땅에서 홀로 고독하네요. 사실 아직도 시작이 두려워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떨리고요. 새로운 일을 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둑 같아요. 하지만 말이죠. 시간을 어차피 흘려가는 거 같아요. 그 시간을 꽉꽉 채워서 쓰고 싶은 소망이죠.


 처음 하는 일은 낯설지만, 처음 하는 떨림은 낯설지가 않아요.

처음 하는 일이 그렇죠. 어때요! 내일이 되면 두 번째로 하는 일이 되고, 10년이 지나면 10년째 하는 일이 되잖아요. 오늘은 처음이지만 처음은 늘 서툴고 아프지만, 내일은 두 번째가 될 수 있도록 오늘은 서툰 시작을 해보아요.


내일은 오늘을 뒤돌아볼 수 있도록, 낯선 도전을 시도하는 담력을 가져볼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다시 오늘과 같이 우연히 어느 해역을 지나며, 인터넷이 되는 날이 되면 또다시 글을 쓸게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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