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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Dec 21. 2024

동지 / 한수남


결코 해소되지 않는 슬픔을 지닌 한 사람의 얼굴이

내게로 크게 다가오는 밤


그녀의 불운이 옮아오지 못하도록

나는 줄곧 그녀를 외면해 왔으나, 동지


오늘만큼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겠다


길고 긴 밤에

그녀 얼굴 위에 쫘악 깔린 얼음을

산산이 깨부셔 버려야겠다

  

붉은 팥이 흐물흐물 풀어지고

동동 새알심이 하얗게 떠오르면

입천장이 데도록 뜨겁게 팥죽을 떠넣야겠다


우리 시커먼 입속으로

붉고 뜨거운 팥물이 흘러 들어가고

꿀떡꿀떡 새알심을 떠먹으면

그 얼음 산산이 부서질 것도 같은데     


해마다 돌아오는 동지가

우리에게 그런 밤이기를


동지 팥죽을 먹으며 액운을 멀리 쫓아내 봅시다!!

팔죽 끓이는 사진(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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