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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 한수남

by 한수남


아침잠 없는 팔순 노파 아파트 門 열고 나섰다가

놀이터에 매달린 그네란 놈, 생전 처음 앉아 본다.


나무판이 비좁아서 늙은 호박 같은 궁둥이 겨우 걸치고

녹슨 쇠줄 꼭 붙들고

무릎 구부리며 힘껏 반동 한 번 넣어 보지만,


요것도 쉽진 않네,

뒤로 끝까지 물렀다가 반동 한 번 더 주고, 어여차


삭정이 같은 살갗 속에서 녹슬어 가는 관절

뼛속은 텅 텅 비는데

왜 몸뗑이는 갈수록 천근 만근 인지


어여차, 무거운 몸 밀어 올리고,

어여차, 쓸데없는 잔걱정도 밀어 올린다.


한 마리 나비처럼 날아가야 할 그 날

정성껏 연습하는 마음으로 훨, 다시 한 번 훨,


누가 볼세라

서운한 듯 엉덩짝 떼어내고 오다가


돌아서 빈 그네를 물끄러미 보고 섰는

팔순 노모의 겨울 아침.



그네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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