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해소되지 않는 슬픔을 지닌 한 사람의 얼굴이
내게로 크게 다가오는 밤
그녀의 불운이 옮아오지 못하도록
나는 줄곧 그녀를 외면해 왔으나, 동지(冬至)
오늘만큼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겠다
길고 긴 밤에
그녀 얼굴 위에 쫘악 깔린 얼음을
산산이 깨부셔 버려야겠다
붉은 팥이 흐물흐물 풀어지고
동동 새알심이 하얗게 떠오르면
입천장이 데도록 뜨겁게 팥죽을 떠넣야겠다
우리 시커먼 입속으로
붉고 뜨거운 팥물이 흘러 들어가고
꿀떡꿀떡 새알심을 떠먹으면
그 얼음 산산이 부서질 것도 같은데
해마다 돌아오는 동지(冬至)가
우리에게 그런 밤이기를
동지 팥죽을 먹으며 액운을 멀리 쫓아내 봅시다!!팔죽 끓이는 사진(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