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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다닐 때
교련복 입고 어설피 간호장교 흉내 내던 시간
삼각건 압박붕대 실습을 너는 유독 잘했다
흙먼지 나는 운동장을 열 바퀴쯤 뛰는 것도
너는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다
개천예술제라
남강에 유등 띄우러 가던 밤
한복 아래 가슴을 꼭꼭 싸매고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촛불이 등 종이에 옮겨 타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강물에 띄워 보낸 등은 모조리 꽃밭 같았다.
그날 처녀애들의 한복은 색이 무척 고왔고
얼굴들이 모두 환한 등불 같았다
남강 옆으로 장어 굽는 냄새 진동하는데
너는 고기와 생선을 안 먹는다고 했다
너는 고향이 함양이었고
나는 고향이 삼천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