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남
그녀는 무명 시인, 오랜 세월 시를 썼지요.
쉰 살이 넘도록 시집 한권 없지만
시가 가득한 노트는 수십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정중한 거절이 돌아왔지요.
그녀는 무명 시인, 혼자 쓰는 시가 너무 외로워
SNS에 시를 올렸지요. 좋아요가 늘어날수록 붕붕
마음이 뜨던 어느날, 잡지에 실린 유명시인의 시를
보았지요, 그녀가 쓴 시와 너무도 비슷했지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 했으니
이심전심(以心傳心) 통했을까요? 그래도 이건
너무 비슷했어요. 눈물을 삼키며 그녀는
자신의 시를 고쳤답니다. 아니 버렸답니다.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요.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했지요. 생각은 그녀의 특기니까요.
그녀의 시도 어쩌면 어디선가 읽은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은 아닌지, 아닌지,
눈에 불을 켜고 자기검열에 들어갔지요.
이 정도 일에 꺾일 그녀가 아니었지요.
누구나 하는 그럴듯한 말 말고,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말을 찾으면, 저작권은 그녀를 보호해 줄까요?
*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구약성경 전도서 제1장 중에서)
어떤 그녀의 노트들.
오늘 근로자의 날(5.1.)이라
창작자들의 노동에도 정당한 댓가가
주어지기를 바래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