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십 대 1부

(2019~2025 현재진행 중)

by 한수남

쉰 살의 나이,

킁킁, 나도 모르게 쉰내 나지 않았을까?

혹시 내게서 나는 냄새 나만 모르고

쉰 냄새 풀풀 풍기지 않았을까?


2019년 말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이야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상당히 상황이 심각하였다. 확진자가 나오면 그 사람의 며칠간 동선이 전부 공개되었고,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가게는 아예 장사를 접어야 했다.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았고 수업은 집에서 하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식구들은 각자의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출생년도에 따라 새벽부터 약국 앞으로 가서 긴 줄을 서야 했다.

예약해 두었던 해외여행도 모두 취소되었으며 외국에서는 아시아인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끼는 생활이 약 3년쯤은 지속되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에는 딸아이가 고3이었으므로 나도 아이도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으나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격리를 실천하던 시기도 있었다. 2022년 10월에는 서울 이태원에서 수많은 인명이 압사 사고로 희생되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딸아이가 하필 그날 저녁 연락이 되지 않아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이상한 점 중의 하나는 시간 개념이 좀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데 바로 엊그제 일어난 것 같은 일이 있는 반면에 어떤 일은 불과 작년에 일어난 일인데도 꽤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마 심리적 거리감이 작용해서 그런 것 같다.

틈틈이 시를 써서 컴퓨터에 저장해 두기도 했지만 '이제 이것들을 가지고 무얼 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할 즈음, 딸아이가 '브런치스토리'를 권유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온라인상에 글을 올린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던 것이 브런치였다.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카카오스토리에 여행기를 올리거나 시나 사진을 올리고 있었으나 어느 해인가부터 글마다 광고가 따라 붙고 나서 하기가 꺼려졌다. 브런치는 좀더 전문성도 있어 보이고 혼자서 쓰는 글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아서 작가 신청을 하고 기다렸더니 2~3일 있다가 메일이 왔다. 내가 처음 시작한 브런치 북의 소개 글을 옮겨본다.


예전에 비해 살기 좋아졌다고는 하나, 과연 그럴까 싶다. 여전히 세상사 팍팍하고, 힘 없는 사람들 가슴 속에 한 서린 눈물이 쌓여 소금이 되는 소리가 서걱서걱 들린다. 너무 허무하고 어이 없는 죽음도 많고 그럼에도 너무 쉽게 잊혀져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시읽기를 사랑하고 있고 내 삶에 문학은 꼭 필요하다. 내게 여전히 문학이 필요한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문학은 필요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부끄럽지만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는 매번 나를 절망하게 했지만 시를 향한 그리움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빛나는 한마디를 위하여 죽는 날까지 시 가까이에서 살 것이다. 다만 나는 시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의 수수한 마음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날마다 찾아가는 수수한 시 1. 소개글 전문)



살짝 / 한수남

입을 살짝 가리면서 웃는 네 모습이 좋았다.

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커피를 마시고

뜨거운 커피 속으로 쿠키를 살짝 적실 때

살짝 가려도 보이던 덧니 같은 것들이

오래 오래 생각날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돌아서 가다가 사알짝,

돌아보던 네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살짝 살짝 몸이 아팠다.

크게 병이 나서 드러눕지는 않았지만,

살짝의 힘이 이렇게 클 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생각이 나요 / 한수남

당신이 아프다는데

나는 오늘도 밥을 잘 먹었어요

당신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는데

나는 꽃도 보고 바람도 보았어요

수수한 옷을 입고

수수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꾸 생각이 나요

당신이 입었던 옷, 당신과 먹었던 음식이

떠올라요. 언제 당신을 보러 가야 할지

자꾸 망설여요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를 내가 부르면

당신은 나를 알아볼까요

당신의 깊은 눈동자만 자꾸 생각이 나요



눈을 감으면 보이는 사람 / 한수남

눈을 감으면 그 사람이 보여요

나는 점점 작아지고

그 사람은 점점 커지지요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그를

작게 작게 만들어요

꾸욱 눌러요

솟아오르는 그 사람을 어쩔 수가 없으면

눈을 반짝 뜨지요

노래를 부르지요

설거지를 하거나 쿵쿵 집안일을 하지요

문득 그 사람이 미칠 듯 보고 싶으면

다시 눈을 감아요.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리면

그 사람이 보여요

다행이고 다행이지요,

눈을 감으면 보이는 사람


살아가면서 종종 찾아오는 고비.

무조건 피하기보다 현명하게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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