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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인연

by 한수남

눈썹 / 한수남


女子는 男子를 잊고 살았다.

우리는 눈썹이 닮았다며

女子의 눈썹을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보던 男子


소식 끊긴 男子를 생각하며 女子는

제 눈썹을 한번 만져본다. 스르르


눈썹이 눈썹을 불러와서

한 번쯤 스치듯 만날 수도 있을까?


본래 나있는 잔털을 밀어버리는 눈썹 문신이 유행이지만,

女子는 결코

눈썹을 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저녁이면, 점점 가늘어져 가는 눈썹 털을

손끝으로 만져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인연 / 한수남


남자와 여자는

서로 비껴갔지요


여자가 남자를 찾았을 때

남자는 없었고


남자가 여자를 찾았을 때

여자는 다른 사람의 아내였지요


그 옛날,

복사꽃이 피던 날

벚꽃이 지던 날

여자는 남자에게 전부를 주고 싶었고

남자는 겁이 나서 도망쳤지요


별로 그립지도 않았지요

삶은 어긋나기 마련이라고


가끔 생각이 나면

생각하고 말지요


목련이 지는 날

벚꽃이 피는 날

마음 한조각 뚝 떼어

보내 버리지요


아주 잊은 것은 아니었지요

그렇게, 남은 청춘이 흘러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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