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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월 Oct 31. 2024

가을, 기다리다

待つ

그 자그마한 호수에, 나는 매일 사람을 마중하러 나갑니다.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사람을 마중하러. 


봄에 했던 그의 말이 떠오르고 곱씹는 순간이 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따분할 때는 언제나 자신을 불러달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전혀 부르지 않는 걸까요.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애인? 친구? 지인? 가족? 아니에요. 전부 틀렸어요. 


그런데도 저는 왜 벤치에 앉아 옆자리를 비워둔 것일까요. 내가 헤픈 여자라서 그런 걸까요? 그럼에도 홀로 이별한 듯 홀가분한 소녀의 마음은 둥실둥실 떠오릅니다. 


4월에는 거짓말처럼 혼자 기다리고 있으면 그가 저절로 올 것만 같았는데요…….


그런 슬픈 생각을 하며 그를 뒤로한 채 홀로 걸어가는 상상을 하다못해 시늉을 합니다. 


배가 고파요. 뭐라도 먹으러 갈까요. 그때처럼 문어빵이라도? 그러면 그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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