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다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기 싫어서 작년에 써 둔 것을 찾았습니다.
딱!! 지금 필요한 그 분야만 없더라고요.
뭐 달라야 3줄 정도 달라서 그 부분만 다시 작성하면 되지만 괜히
핑계를 되고 하루를 또 미룹니다.
작년에 입사 지원 메일을 보고 있으니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을 만큼 많지 않은 곳에 지원을 했었지만
줏대 없을 만큼 할 수 있겠다 싶은 곳은 지원했던 모양입니다.
뽑는 입장에서는
"할 수 있다!!는 건 네 착각~"
이라는 정확한 파악으로 대부분 면접에도 불리지 못했지만
입사원서의 빈칸을 채우면서
저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하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해서 지켜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인데, 올해는 그 마음이 좀 덜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멈추고 망설이고 주저하고 미루고
그러다가
한 곳 쓰면, 그쪽이나 내 쪽이나 서로 데면데면
서로 친해질 마음도 없이 '잘 헤어졌다.' 싶게 안녕을 고합니다.
가끔 자신이 잘 생긴지 압니다.
드라마만 계속 보다 보면
잘생긴 얼굴들만 보다 보니
나를 잊고
내 얼굴을 까먹고
은근슬쩍 저 얼굴들 사이에 나를 끼어 넣습니다.
거기다가 더 나아가
재보다는 내가 난 것 같다는 처참히 무너진 자기 객관화를 가지고 옵니다.
몇 시간을 누워 그 얼굴들을 보다가
자려고 양치하는 순간,
깜짝!! 놀랍니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생겼다니!!
그렇습니다.
전혀 잘난 부분이 없고 아까 보았던 그들 사이에 있다가는
이질감을 느끼기도 아까워
존재감이 없을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화장실 거울 앞에서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막막하다]란 감정이 떠오릅니다.
그들과 나 사이에 교차점이라고는 없을만큼 멀고 먼 존재 같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고 나니 모든 관계에서
나는 작아지다 못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도 겨우겨우 넘겨서 졸업하고는
너도 모를 학교 졸업장이 나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당당히 내밀지만
그건 그저 이력서 한 칸의 빈칸을 채울 뿐이고
운 좋게 자리한 면접 자리에선 둥그런 소리만 할 수 있는
부족한 나의 지식을 아주 잠깐 가려줄 뿐입니다.
잘난 것 하나 없는 것이 사실인데
양치하러 갈 시간이 아직은 멀었는지
제가 잘난 줄 알고 있습니다.
작년엔 벌써 양치를 했을 시간이던데, 올해는 드라마가 재미있는지
잠이 안 오는지, 양치할 생각을 안 하고 있는 내가 답답할 뿐입니다.
치카치카
잠이 안 와도 일단
치카치카
하고 나면
환한 화장실 전구 아래
그대로 나를 거울에서 발견하면
잘난 것 하나 없는걸, 눈치채겠죠.
치카치카 치키치키
치키치키 치카치카
눈을 뜨고 일단 양치를 하러 갑니다.
#막막하다_아주 넓거나 멀어 아득하고 막연한 상태거나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