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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월패드로 경비아저씨와 대화하기

by 구름이

요즘 운동을 많이 한 탓인지, 다리 근육이 점점 섬세해지고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조금의 틈만 있어도 그 틈에 발톱을 단단히 고정하고 매달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집 거실 벽에는 작은 텔레비전이 하나 붙어 있다. 그곳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집안 식구들은 뭔가 꾹꾹 눌러서 현관문을 열어 준다. 그 작은 화면 너머로 누군가와 통화도 하는데, 그 안에 누군가가 살아 숨을 쉬는 것 같다.


어느 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그 작은 텔레비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힘껏 날개짓하여 작은 홈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성공이다. 내 근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안전하게 착지했으니 새로운 도전을 해 보아야겠다. 나는 부리로 화면을 눌러 보았다. 그런데 누를 때마다 화면이 조금씩 바뀌면서 새로운 것이 계속 나타났다. 나는 너무나 신이 나서 계속 여기저기를 부리로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경비실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아뿔사! 경비실이 연결되었나보다.

당황스럽게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렸다. 일단 인사를 해 보자. 첫 만남이니까 인사를 하고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짹, 짹?”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경비아저씨는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한 듯, 건너편에서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그때 엄마 인간이 급하게 방에서 나왔다.

“아, 아니에요. 저희 아이가 잘못 호출했어요. 죄송합니다.”

엄마 인간은 서둘러 텔레비전을 껐다.

“이 녀석, 이런 장난 하면 안 돼!”

나는 그저 경비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억울했다.


며칠 뒤 경비 아저씨가 잘 지내고 계실지 궁금해졌다.

‘그래. 아저씨에게 전화해 봐야겠다.’

지난번처럼 작은 텔레비전 모서리에 두 다리로 매달렸다. 지난번에 한 두어 번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역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여기저기 꾹꾹 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퍼져 나왔다.

“비상 상황 발생! 비상 상황 발생!”

비상 상황을 알리는 어떤 여자 인간의 다급한 목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나도 당황했지만, 나보다 엄마 인간과 누나 인간이 더 당황했나보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방에서 뛰쳐나왔다.

“엄마, 이게 뭔 소리야?”

“구름이가 월패드의 아무 버튼이나 막 눌렀나 봐.”


엄마 인간은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더니 시끄러운 여자 인간을 조용히 시켰다. 이제 집안에 평화가 찾아온 듯했다. 하지만 그 평화가 아직 나에게까지 밀려오지는 않은 것 같다.

“구름아, 너 뭐 하는 짓이야! 아무거나 누르지 말라고 했지?”

이 말과 함께 엄마 인간은 나를 내 집으로 밀어 넣었다.

“당분간 집 안에서 반성하고 조용히 있어.”

나는 집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엄마 인간이 왜 그렇게 나에게 화가 났을까? 내가 자꾸 경비 아저씨를 불러내서? 시끄러운 여자 인간을 불러내서? 어쨌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당분간 경비 아저씨를 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KakaoTalk_20250129_110559006_03.jpg 월패드 경비 아저씨와 대화하고 싶은데, 아저씨가 내 말을 못 알아들어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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