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 인간에 대해 집착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 집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인간이 자취를 감추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오로지 아빠 인간만 바라보게 되었다. 아빠 인간은 나의 잠자리를 봐주고, 아침과 저녁으로 밥을 주고 물을 갈아 주었다. 그 따뜻한 보살핌에 이끌리어 나는 이제 나와 아빠 인간을 구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랑이란,
자꾸 자꾸 보고 싶은 것.
아빠 인간의 우울한 모습을 보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것.
나에게 손이 없어 축 처진 아빠 인간의 어깨를 주물러 줄 수 없어 속상한 것.
맛있는 사과를 갉아 먹을 때 아빠 인간을 위해 한쪽을 남겨두고픈 마음.
재미있는 그네 놀이를 할 때 아빠 인간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
아빠 인간의 어깨에 똥을 싸도 나를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빠 인간의 품속에 있으면 영원히 시간을 멈추고 싶은 마음.
그래서 사랑이란,
눈부신 기쁨 속에 숨겨진 가슴 시린 아픔이다.
그런데 사랑은 늘 나를 떠나간다. 마치 떠나기 위해 찾아온 것처럼.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때의 그 뒷모습은 모질게도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빠 인간은 매일 회사에 나간다. 출근하는 시간은 매번 조금씩 달라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안다. 아빠 인간은 내가 우울해하지 않도록, 늘 출근하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구름아, 나갔다 올게. 잘 놀고 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습니다’라는 기계음이 들리면, 그건 이별의 신호이다.
처음에는 아빠 인간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나를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해질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별과 만남이 반복되면서 나는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깊은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은 소유를 갈구하는 욕망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아빠 인간이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게 그를 놓아주는 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시간 속에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이다. 반면, 소유는 시간의 속성이며 시간 속에만 존재한다. 신은 시간 속에 갇혀 있는 우리 존재들에게 사랑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과 소유 속에서 이렇게 매일 괴로워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