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소리에 잠이 깼다.
어제 보았던 예쁜 언니 인간이 들어와 불을 켜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신선한 공기가 방 안을 감쌌다. 아침 잠에서 깨어난 동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어떤 녀석들은 요란한 수다로 반겼고, 어떤 녀석들은 하품을 하며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 나는 날개를 넓게 펴면서 여기가 어디인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 어제 엄마 인간이 나를 이곳 호텔에 데려다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었지. 두 눈가에 맺힌 눈물이 기억났다.
나는 호텔에서 첫날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했다. 예쁜 언니 인간은 내 방 문을 열고 먹이를 한 움큼 주었다. 그리고는 나를 조심스레 움켜쥐더니 꼬리에 소독약을 뿌려주었다. 아마 엄마 인간이 특별히 부탁한 것이겠지. 집에서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내 꼬리에 소독약을 뿌려주었으니, 특별히 호텔 서비스를 주문했을 것이다.
호텔 생활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오전 내내 방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그물 사이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현관문이 열리는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낯선 인간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 동료들은 손이나 어깨 위로 날아가며 그들과 장난을 쳤다. 호기심이 많고, 늘 누군가의 손길을 좋아하는 녀석들은 언제나 인간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러나 나는 호텔에 온 손님이었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몸이었다. 굳이 나가서 인간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예쁜 언니 인간이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구름아, 나와서 좀 날아볼까?”
그녀는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조심스레 날개를 펼쳤다. 호텔 안을 가로지르며 어제 만났던 모란앵무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들은 어제처럼 서로의 부리를 쓰다듬고 깃털을 손질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속에서 어제 보았던 노란 깃털을 가진 녀석이 보였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앵무새들이 존재하고, 그 절반은 암컷들이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그저 많은 녀석들 중에 그냥 한 명일 뿐이다. 그러나 때때로 내 마음의 호수에 이상한 파문을 일으키는 녀석이 있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화학적 반응인지, 아니면 영혼의 울림인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나는 그 녀석을 계속 떠올렸다. 내 마음 한 조각을 몰래 잘라서 가지고 도망한 녀석. 그래서 도난당한 그 마음을 찾아 자꾸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가는 내 마음.
그때 한 모란앵무가 서성거리는 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너, 인간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는 거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걸. 저기 초록 깃털의 녀석 보이지? 인간이 돌아오겠다고 해 놓고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그냥 여기 눌러앉았어. 너도 포기하는 게 나을 거야. 괜히 기대하다가 실망하지 말고.”
그 순간, 나의 자아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래,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이렇게 오랫동안 안 온 적은 없었잖아. 게다가 이렇게 좋은 호텔에 맡긴 걸 보면 나를 버린 걸 수도 있어.’
‘아니야. 버릴 거였다면 차라리 숲에 두고 갔겠지. 굳이 이런 좋은 호텔에 데려올 이유가 없잖아.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거야. 기다리면 엄마 인간은 꼭 돌아올 거야.’
어둠이 빠르게 깔리는 호텔 안에서, 나의 분열된 자아는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논리를 가지고 왔다. 나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세운 것 같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길이 없었다. 차라리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으면 더 나았을까. 평소 단순하게 살아가는 다른 앵무새들을 측은하게 여겼지만, 오늘만큼은 생각이 많은 나 자신이 더 측은하게 느껴졌다.
생각하며 살기로 작정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그 이상의 존재가 되기 위한 투쟁이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오늘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그 답을 줄 때까지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답을 찾을 때까지 우리가 중요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믿음이다. 그동안 세 들어 사는 인간들이 나에게 보여준 사랑을 기억하며 나는 믿음으로 진실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