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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청 Oct 14. 2024

프롤로그

기다려지는 월요일 같은 산문

  어린 시절, 일요일 밤마다 개콘을 보는 것이 주말 마무리의 일상이었다. 스티비원더의 노래로 마무리되는 코미디 무대를 볼 때마다 그 노래가 너무도 야속했었다. 벌써 끝이 나다니. 이다음은 월요일뿐인데. 남은 건 등교뿐이라고! 가장 재미난 것 이후에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일주일 중 개콘을 방영하는 저녁 한 시간은 심리적으로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어졌다. 몰래 꺼내어 먹는 곶감처럼 흘러가는 코너마다 아까웠고 소중했다. 그렇게 마음속 곶감이 떨어져 가면 밤 10시에 가까워졌다. 이제 눈 감았다 뜨면 월요일이다.     

  

  월요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은다면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은 월요일에 등교를, 직장인은 출근을 한다. 나도 마지못해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해야 한다. 월요일마다 과거와 현재의 고통이 함께 따라오는 느낌이다. 다시 일상의 쳇바퀴가 서서히 돌아가고, 간신히 쳇바퀴 위에 오르고 만다. 특히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속도의 월요일 쳇바퀴.     


  월요일을 현명하게 맞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일요일의 월요일화’라고 한다. 팍팍한 인생, 굳이 그럴 것까지 있나 싶지만 월요일의 일정을 미리 계획해 보고 가상으로 한 번만 돌려보아도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줄어든다고 했다. 뉴스에서 그랬다. 개콘을 재미나게 보던 나이도 훌쩍 지나버렸다. 결국 나는 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 일요일 밤을 월요일로 조금씩 물들여갔다. 솔직히 일요일에게, 그리고 쉬고 있던 나에게 조금은 미안했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어 큰 타격을 받을 나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양보해야 했다. 오늘의 나야, 내일의 나를 부탁해!


  일요일 저녁에, 또는 월요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고 머릿속으로 내게 주어진 일주일을 상상해 보았다. 음. 더욱 씁쓸하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상상만으로도 피곤하다. 하지만 놀라운 점을 알았다. 나는 주말을 기다리는 만큼 월요일도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주말이 마무리되고 월요일이 돌아오는 건 이유 없이 두렵다. 다시 일상을 맞이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며… 더 늘어지고 싶다. 하지만 막상 월요일의 쳇바퀴에 몸을 실으면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고 근면하게 하루를 살아낸다. 다람쥐 같은 월요일의 부지런함이... 마음에 든다. 내가 언제 월요일을 기피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완벽하고도 훌륭하게 월요일을 적응해 낸다. 그리고 이어 시작될 화요일과 수요일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다 보면 즐거운 토요일이 돌아온다.     


  월요일의 절망적이고도 씁쓸한 느낌이 갈수록 마음에 든다. 주말의 유희를 모두 포기하고 출근한 고통스러운 차분함, 하지만 제법 성실한 차분함이다. 나는 근면하게 커피를 내리고 작업용 컴퓨터를 켠다. 오늘 상대할 인간 군상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다리고 업무를 미리 준비한다. 그러다 보면 커피 향과 함께 월요일에 대한 기대감도 퍼져나간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월요일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늘어져있던 주말이 지나가고 탄탄하게 나를 잡아줄 월요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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