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청 Oct 17. 2024

나를 사랑하라는 개떡 같은 말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했다

  한참 많이 읽어댔다. 나를 사랑하라는 내용을 담은 책들 말이다. 자신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라, 타인에게 관대하듯 나에게도 관대하게 대하라, 나를 무조건 수용하라, 나를 아끼고 돌보아라, 나를, 나를, 나를!!!!!


  한때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여태 남들만 사랑해 온 내가 나 자신을 아끼고 돌보며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딨어!...많기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노력하다 보면 나를 사랑하는 힘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열심히 책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십 권을 읽었는데도 정작 책에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내용이 따로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나를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연민의 마음을 가져봐라 등 이 책을 보다가 저 책을 봐도 마치 한 책인 듯 이질감이 없었다. 전부 비슷한 내용들이었다. 


  잘 먹여도 보고(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지) 잘 재워도 보았지만 나를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는 일은 지금까지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내 어두운 면을 바닥까지 잘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 나를?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내비치고 싶지 않은, 달의 뒷면 같은 어두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우주의 암흑물질 수준으로 뒷면에 어둠이 뒤덮여있다. 쓰레기같이, 전혀 동정할 수 없는, 거지 같고 바보 같으며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생각을 할까, 스러운 나의 어두운 면. 그것의 속내를 내가 이미 알고 있는데 어떻게 연민의 시선으로, 작고 여린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바라볼 수 있을까. 이미 내 안에서 난 쓰레기인데. 


  사람은 과연 고쳐쓸 수 있는 것일까. 자주 생각했었다. 각종 범죄 관련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고 했다. 정말일까. 결국 나의 어두운 면은 고쳐지지 않은 채로 평생 끌어안고 사는 수밖에 없을까. 그러한 부분에선 약간 연민의 마음이 느껴지긴 했다. 저런, 거지 같은 면을 평생 안고 가야 하다니, 나도 조금은 불쌍하네. 

 

  사실은 알고 있다. 사람은 고쳐도 허무하리만치 금세 되돌아간다. 어두운 뒷면은 끊임없이 밝은 면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끝끝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던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매일 나를 고쳐 쓰는 것'이었다. 쓰레기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도 힘겹지만 오늘의 나는 내가 또 고쳐서 써본다. 어차피 나를 사용하는 건 나. 어둠을 알고 있는 것도 나. 매일 고쳐 쓰는 것도 나. 내 안의 정비소에서는 '오늘도 시간 맞춰 왔냐'며 지겨워하지만 결국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다. 다만, 거지 같은 나를 매일 수리하고 보정하면서 고쳐 쓰는 방법을 택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구겨진 나를 어떻게 잘 보수해 볼까, 궁리하는 일로 머리와 마음이 동시에 바쁘다. 분명 사랑은 아니지만, '나를 수긍하는 힘'정도는 길렀다고 볼 수 있을까.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