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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나서자 햇볕이 따가웠다.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담배가 땡겨 바닥을 두리번거렸다. 꽁초가 떨어져 있어 재빨리 물고 불을 붙였다. 몇 모금 빨자 살 것 같았다. 필터까지 타들어간 꽁초를 버리고 다시 두리번거렸다. 옆구리가 터진 꽁초를 주워 들고는 식식거렸다. 싸가지 없는 새끼들은 장초를 버리면서도 꼭 발로 짓이긴다. 이렇게 터진 꽁초는 못 피운다. 지밖에 모르는 새끼들이 쌔고 쌨다. 버릴 때 불붙은 부분만 비벼 끄면 알아서 잘 필건데 꼭 발로 뭉개버린다. 중간에 침 뱉어 끄는 새끼들도 마찬가지다. 남 못 피게 하려면 지가 다 피던지. 돈 아까운 줄 모르는 그런 새끼들은 고생을 해봐야 한다.
한참을 내려오자 가게가 나왔다. 주머니를 뒤져봐도 동전 몇 개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가게 옆 빈자리에 손을 내밀고 엎드렸다. 햇볕을 쪼이자 등이 따듯해졌다. 살살 졸음이 왔다. 손바닥에 뭐가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보자 백원짜리 동전 두 개였다. 한 개는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그냥 뒀다.
등허리가 서늘해졌다. 고개를 슬쩍 들어보니 앞에 여자가 서서 가방을 뒤지고 있었다. 치마 입은 여자들은 머리를 들면 기겁을 했다. 일부러 모른 척 고개를 숙였다. 여자가 손에 지폐를 놓고 갔다. 천원짜리를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대충 한 시간 엎어져 있었나? 비몽사몽 있다 보니 어느새 지폐하고 동전이 쥐여 있었다. 애새끼들 장난인지 병뚜껑이 손에 놓여 있었다. 싸가지 없는 새끼들. 그런 새끼들은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는지 싹수가 노랬다.
담배 한 갑 버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힘든 사람 도울 생각도 안 하고 지들 생각만 하는지 한심했다. 담배를 사서 허겁지겁 빨았다. 힘껏 빨아들이자 담배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짜지직’하고 났다. 기분이 째졌다. 하늘이 어둑해지려고 했다. 슬슬 자리를 맡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오줌 싸고 나오다가 이씨 여자를 만났다. 여자들은 도대체 뭘 그렇게 챙겨 다니는지 보따리 하나를 질질 끌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왔다. 여자에게 다가가서 보따리를 잡아끌었다. 이씨 여자가 보따리를 잡은 손을 할퀴었다. 이게 지난번에 보고도 벌써 까먹었다. 지 것 훔치는 줄 알고는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씨발. 안 가져가.”
따귀를 몇 대 갈긴 후 발로 차고 쥐어박자 그제야 조용해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거리면서 돌아봤다.
“뭘 봐. 씨발 놈들아.”
눈을 부라리자 새끼들이 후다닥 도망을 갔다. 이씨 년은 앉아서 겁에 질려 쳐다봤다. 보따리를 빼앗아 장애인 화장실에 던져버렸다. 여자가 슬금슬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뒤를 따라 들어가서 문을 잠가버렸다.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여자 얼굴을 보따리에 처박고 했다. 한 판 끝내고 늘어진 여자를 변기 옆으로 밀어젖혔다. 여자는 가랑이를 벌리고 바닥에 널 부러졌다. 보따리를 뒤져봐도 쓰레기만 나왔다. 이런 걸 뭐 하러 끌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널브러진 여자 위에 보따리를 집어던졌다.
계단을 올라가 역 밖으로 나갔다. 불이 다 꺼져서 길거리가 껌껌했다. 여자 때문에 하마터면 중요한 걸 까먹을 뻔했다. 가게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소주… 여섯, 아니… 일곱… 병 줘… 요.”
주인이 손을 내밀었다. 돈을 주려고 주머니를 뒤졌다. 아까는 분명 있었는데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한참을 뒤적거리자 천 원 짜리가 딸려 나왔다. 세어보자 전부 열 장이었다. 가게 주인은 돈을 세어보고는 소주와 과자를 봉지에 담아 줬다. 거스름돈은 주지 않았다. 대신 과자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