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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7080 감성거리
오랜만에 친구들과 인사동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경복궁 7080 감성 거리를 걸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우리들의 추억을 소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미용실, 양장점, 방앗간을 지나 꾸러기 만화 가게 앞에 도착했다. 즐겁게 사진도 찍고 놀았다. 문득 만화 가게 앞에 서자 어머님께서 들려주신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 6·25 전쟁통에 빈손으로 흥남부두에서 철수하는 미군 배를 타고 내려오신 아버님을 만나 온갖 고생을 하셨다는 이야기, 밤낮으로 일을 하셔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는 작은 만화 가게를 인수하셨단다. 어린 자식들이 만화 보는 것이 너무 싫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공부하라며 만화방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단다. 어느 날 문득 어머니는 당신 자식들은 방에서 공부시키고 남의 자식들에게만 만화 보게 하는 것이 양심에 걸리셨단다. 그래서 만화 가게를 차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가게 문을 닫으셨다고 한다. 한평생 어렵게 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 그 일이 당신 인생 중 가장 잘한 일 같다고 하셨다. 만화 가게 앞에 서면 유독 어머니 생각이 모락모락 떠오른다. 내일은 국화 한 송이 들고 어머니 산소에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