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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도이 Oct 30. 2024

토마토 거리

토마토 거리 

벽을 쌓읍시다 아니, 벽을 삶읍시다 토마토처럼 

벽도 빨갛게 익어갑니다 잘 누르면 으깨지기도 합니다 벽을 말랑말랑하게 가꾸는 일입니다     


잘 삶은 벽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놓고 마주 앉아 오물오물 씹는 시간을 다정한 저녁 식사라고 해봅시다 

토마토처럼 흐물흐물해진 벽 앞에서 

우리는 잠시 입을 맞춥니다     


입속에서도 토마토는 자랍니다

줄기는 벽을 타고 오를까요 우리는 잠시 채소이거나 과일이거나 


상관없습니다 

벽은 토마토를 알지 못합니다 토마토의 심장에 씨앗이 들어있다는 걸 씨앗은 아주 작고 보드랍다는 걸 

씨앗도 붉다는 걸     


벽과 토마토의 거리는 유동적입니다

어느 오후 나뭇잎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기분에 따라 흘러다닙니다 

빗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과 토마토에서 둥글게 떨어져 내리는 기분은 다를까요     


담벼락 아래 토마토 한 주를 심어볼까요

토마토가 자랄 때마다 누군가는 담벼락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토마토를 삶읍시다 아니, 쌓읍시다 

토마토 상자에 탄탄한 토마토부터 쌓으며      


우리는 잠시 토마토로 쌓은 거리를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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