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기하는 걸, 포기해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지지고 볶다 보면 전반적으로 닮게 된다. 나는 그중에서도 말투가 가장 먼저 닮아지는 요소인 것 같다. 자주 대화를 나누는 누군가의 말투는 나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준다.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나서 돌아보면 어느새 같은 말투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너는 성실하고 예의 바르니까 어딜 가든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 한마디는 나의 사회생활 태도에 큰 영향을 줬다. 이 칭찬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더욱 노력하며 지냈다. 그리고 후에는 다른 이에게 나도 같은 말을 건넨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도 그런 것 같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감명 깊게 본 작품들은 나의 작품 세계관에 여러 모양으로 영향을 준다. 그중에서도 소년만화는 내가 본받고 싶은 이야기의 형태다.
소년만화는 우리가 어릴 적 보아온 만화영화들이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지만 우정을 통해 이겨낼 힘을 얻고, 결국 노력으로 승리하게 된다는 이야기. 온라인에서는 소년만화를 정의하는 몇몇 기준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정도로 정의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커오면서 재밌게 봐온 만화영화들.
이런 만화를 계속 보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 주인공이 끝까지 이겨내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다. 고난이 와도 끝까지 응원하며 자리를 지킨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귀멸의 칼날’을 재밌게 보는 친구들이 꽤 있다. 마음을 불태워라! 를 외치면서.
‘슈팅 라이크 쏘니’ 원고를 마무리하며 은현희 작가님이 몇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그중 하나가 슈팅라이크쏘니 같은 소재를 발굴해서 청소년소설을 써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소년만화를 향한 내 열망이 보였던 걸까 싶어서 굉장히 기뻤다. 언젠간 청소년들에게 주는 응원의 이야기를 꼭 써보고 싶다.
언제나 삶은 어렵다. 작게는 직장생활만 봐도 그렇다. 나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 최선을 다 했는데도 칭찬받지 못하는 현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왜곡되는 관계의 문제들. 나를 떠나가버린 사람들.
나는 삶이 버거워질 때마다 봤던 이야기를 다시 본다. 응원의 메시지는 몇 번을 봐도 힘이 된다.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마음이야. 마음은 한없이 강해질 수 있어. / 귀멸의 칼날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 슬램덩크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 굽히지 않아. 이게 나의 닌자의 길이다. /나루토
내가 간신히 손에 넣은 희망의 형태야.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난 천재니까. / 슬램덩크
결국 헤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주인공들은 모른다. 참 답답하고 가슴 아프지만 그들이 이겨내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좌절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이 모든 이야기에는 가치가 생긴다. 그런 주인공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나의 마음은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누군가는 진부한 이야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런 진부한 성공스토리를 사랑한다.
소년들을 위해 만들었을 만화영화들은 사실 어른들이 썼다.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서. 그 응원하는 마음은 소년이라는 시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인생 순간에 있다. 내가 몇 살이 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등짝을 토닥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 굽히지 않는 다던 나루토는 호카게가 됐고, 이젠 루피도 곧 해적왕이 될 것 같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응원해 주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