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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Oct 30. 2024

살고 싶어 도망친 이방인들

  "기구한 어린 그녀들"


|노예 결혼|


처음에 여성피난소에서 만났을 때 무척이나 퉁명스럽고 불친절하다고 느꼈었고, 나이는  20대 후반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던 두 명의 인도 여성들, 샤메인과 푸남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21살, 22살의 아주 어린 여자 아이들이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풍습대로 부모가 정해준 누군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뉴질랜드에서 꽤나 성공한 사업가라던, 현재 그녀의 남편들과 결혼을 한 후 이곳 뉴질랜드에서의 행복한 신혼을 꿈꾸며 이주를 하였다고 했다.


같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었던 두 남편들이 이웃으로 살고 있었기에, 또한 시골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샤메인과 푸남도 자연스레 같이 뉴질랜드에 온 이후로는 더욱 자주 만나고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냈었다고 한다.

그녀들의 꿈과는 상반되게 그녀들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 명은 인도 음식점에서 또 다른 한 명은 인도 식료품 가게에서 하루에 12시간이 넘게 일을 하게 되었고, 그 둘은 또 주에 3~4 번은 밤늦게 청소일까지 같이 하는 노예 같은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청소까지 합하면 하루에 16 ~ 17 시간을 일하는데도, 그 모든 수입은 전부 남편들에게로 갔고, 그녀들은 별도의 용돈도 주어지지 않은 채, 늘 배고픔과 힘든 노동의 연속 그리고 잦은 폭력에까지 내내 시달려 왔었다고 한다.


그녀들의 시골에 계신 순박하신 부모님은 상상이나 했을까? 자신들의 딸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이 믿고 골라준 남편이라는 괴물들의 노예로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노예 신부 고용주 악덕 남편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두 인도 남편들은 이미 뉴질랜드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인도 여성들과 벌써 결혼을 한 유부남들이었고, 그녀들을 통해서 파트너십 영주권까지 가지게 된 자들이었다는 것을 샤메인과 푸남은 이곳 오클랜드에 올 때까지는 꿈에서라도 상상조차도 못했었다고 한다.


이미 샤메인과 같은 집에 살고 있었던 위층의 집주인이라던 여성이 바로 자신의 남편이라고 믿었었던 사람의

뉴질랜드의 정식 부인이었던 것이며, 어린 아들도 그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푸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신혼집이라고 생각했던 주택의 각 방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세를 놓아서, 푸남은 결국 거실 귀퉁이, 그것도 소파 뒤쪽에 강아지처럼 깔아놓은 이부자리가 그녀의 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다른 곳에서 살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정도 와서는 그녀를 감시하면서, 해놓은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을 행사하는 등의 가스라이팅을 지속해 나갔었다고 하였다.



그녀들의 남편들은 처음부터, 그저 시골 고향에서 순진한 두 어린 여자애들을 데려다가, 그들의 노예 그리고 수입원으로 쓸 생각에, 고향에는 뉴질랜드에서 성공한 사업가라고 떠 벌려서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그녀들과 그곳에서 허울뿐인 결혼을 한 것이었다.




|살고 싶어서 목숨을 걸다|


그녀들은 늘 같이 청소일도 하고,  또 함께 이웃으로 살고 있었기에 서로가 서로에게는 뉴질랜드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명뿐인 "내편"이었다고 한다.


그녀들의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된 식료품 가게 단골, 사회복지사인 뉴질랜드여성으로부터 그녀들이 지낼 수 있을 안전한 곳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베트남 여성 홍과는 다르게 그들은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었고, 아이도 없었으며, 더욱이 혼자가 아니었기에 그런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 용기를 더 빨리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들은 그 지옥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얻을 수만 있다면, 잡히면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불사하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하였다.


몇 달 이상을 계획하다가, 남편들이 자신들의 뉴질랜드 아내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다른 도시로 가족의 결혼식에 간 그날에 가지고 있는 옷가지 몇 개 만을 들고는 도망쳐서 경찰서로 가서 도움을 청하였다고 하였다. 그녀들의 남편들은 그 후 처벌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그래봐야, 범죄자에 꽤나 관대한 뉴질랜드이니 보호관찰 정도이었겠지..





|부분이 아닌 전체의 이해|


처음 그녀들을 처음 만난 날, 약간 적대적이었던 그녀들의 태도에는 나름 충분한 그럴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었지 않나 성찰해 보게 되었다.


갓 성인이 된 어린 그녀들은 생애 처음 여권을 만들며 벅찼었고,  난생처음 타는 비행기에 무척이나 설레었으며, 꽃길만 있을 줄 알고 온 이 평화롭다던 뉴질랜드땅에서 지난 1년 동안,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폭력과  노동착취만 당하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굶주림과 고통의 실로 지옥 같은 삶만을 겪어 왔던 것이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그녀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거나 예의를 챙길만한 여유는 전혀 없었지 않았을까...


새로운 여성이 여성 피난소에 입주한다고 들었는데, 자신들이 보기에는 옷도 잘 입은 동양여자였었고, 행색도 없어 보이지 않는 데다가, 더욱이 그녀들의 소원인 영주권까지 있다 했으니,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어린 그녀들에게는 별로 썩 달갑지 않은 혹은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신세만 더 한탄스럽게 만든 나의 입주가 아니었을까?




|발상의 전환|


그녀들은 더 이상 얻어맞지 않아도 되고, 하루의 반이상을 그 힘든 노동도 하지 않아도 되며,  배고프지 않고 더더욱이 자신만의 방이 있는 이곳 "여성피난소"가 자신들에겐 드디어 뉴질랜드에서 만난 "천국" 같다고 표현했다.


이곳이 그들에게는 천국이라니....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실로 소스라치게 놀랬다. 참으로 저 어린 여성들보다도 너무나도 어리고 성숙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자세를 크게 반성하게 되었다.


지난밤 내가 왜 이런 무섭고 형편없는 곳에 있게 되었는지, 왜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있어야 했었는지, 억울하고 불공평하다며 밤새 불평과 신세한탄을 하면서 울부짖던 이곳,   


나에게는 "지옥"이라 생각됐었던 이 누추한 곳이 저 어린 두 여성들에게는  "천국"이라니...




|천국? 지옥?|


아무리 힘든 역경과 상상하지 못했던 극심한 고난에 처해졌을 때에도, 우리의 생각과 마음가짐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혹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니... 어리디 어린 저 여성들한테서, 그리고 살면서 평생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뉴질랜드의 여성피난소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제까지의 지옥 체험은 결국 내가 지옥으로 만든 이곳에서 했던 것이며,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거리에 내쳐지거나, 춥고 배고픔에 시달리거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 이곳은 진정 안전하고, 따뜻하며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 그 언젠가 까지 얼마든지 머물 수 있는 피난소이기에 결코 지옥이 아니았던 것이었다니....


생각의 발상전환으로 우리는 오늘과 우리의 현재를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현명한 두뇌의 법칙!

당신의 오늘은 천국으로 혹은 지옥으로 만드실 건가요?


(다음회에서 계속...)


**이미지: Pexel,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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