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월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뮌헨으로 오고 나서는 전문 목공소가 아닌 취미목공소에서 가르치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다시 전문목공소로 돌아가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 일을 하면서 배워가는 건 당연한데
왜 그렇게 부족하게만 느껴지는지, 떨리는 마음은 아직도 진정이 안된다.
내가 일을 하는 곳은 크게 세 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팀마다 프로젝트 구성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고 Werkstatt에서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들어가게 된 팀은 나를 포함한 5명 , 젊은 마이스터 두 명과 Geselle 3명이다.
우리가 맡게 된 프로젝트는 뮌헨에서 규모가 꽤 큰 은행이었는데 5층으로 나눠진 건물에 층별로 회의실, 사무실, 주방 그리고 문/문틀을 설치하는 일이다.
내가 예전에 훈련했던 회사는 개인고객이 주였기 때문에 대부분 특별제작이 많았다. 그래서 큰 프로젝트를 위한 대량생산은 이곳에서 처음 경험해 보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개의 주방과 참나무로 문틀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제는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 않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기에 어렵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내 앞에 놓인 나무는 대략 150개가량의 기둥, 대략 1.6톤 정도의 양이였다.
Max와 나는 같이 문틀작업을 시작했다. 한 사람이 나뭇결을 정돈하고 한쪽에 목공본드를 바른 후 무늬목을 올려 프레스에 넣었다. 무늬목작업이 끝나면 다른 사람이 루터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잘라냈다.
절반정도 작업이 진행되었을 때, 잘라내는 부분들의 표면이 부서지기 시작했는데 모서리는 또 한 번 작업을 해야 했기에 나는 큰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을 끝냈다. 하루에 이 많은 양을 끝내다니, 나름 뿌듯해하며 퇴근한 다음날, 나는 같은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었다. 우리가 필요한 모서리의 수치는 2mm의 둥근 모서리였는데, 내가 루터로 잘라놓은 모서리들은 ±1mm 차이로 사용불가하다는 마이스터의 얘기였다.
1mm 때문에.. 이걸 다시 진짜 다 한다고?
혼자 하는 일이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막스도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연거푸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백 프로 루터의 칼이 무뎌진 것만이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마이스터가 와서 네가 말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나무의 습도, 본드의 양 그리고 무늬목의 결과 마름정도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거다,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말을 건넸다. 자책하는 것보다 실수가 생기면 어떻게 이걸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다행히 두 번째 시도에서 몇 가지 조정을 거친 결과 첫 번째 시도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물로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체력이 꽤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대량생산 과정을 해보면서 처음으로 몸에 무리가 오는 걸 느꼈다. 밤에 팔이 너무 저리고 아파서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렇게 일하다가는 진짜 몸이 남아나질 않겠네 싶었다. 이래서 체력싸움인 건가 , 운동 더 열심히 안 하면 좋아하는 일도 이제 못하겠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