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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와의 씨름 - (1)

by Koreantischler Jan 13. 2025

작년 시월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뮌헨으로 오고 나서는 전문 목공소가 아닌 취미목공소에서 가르치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다시 전문목공소로 돌아가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 일을 하면서 배워가는 건 당연한데

왜 그렇게 부족하게만 느껴지는지, 떨리는 마음은 아직도 진정이 안된다. 


내가 일을 하는 곳은 크게 세 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팀마다 프로젝트 구성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고 Werkstatt에서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들어가게 된 팀은 나를 포함한 5명 , 젊은 마이스터 두 명과 Geselle 3명이다. 

우리가 맡게 된 프로젝트는 뮌헨에서 규모가 꽤 큰 은행이었는데 5층으로 나눠진 건물에 층별로 회의실, 사무실, 주방 그리고 문/문틀을 설치하는 일이다. 


내가 예전에 훈련했던 회사는 개인고객이 주였기 때문에 대부분 특별제작이 많았다. 그래서 큰 프로젝트를 위한 대량생산은 이곳에서 처음 경험해 보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개의 주방과 참나무로 문틀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제는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 않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기에 어렵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앞에 놓인 나무는 대략 150개가량의 기둥, 대략 1.6톤 정도의 양이였다. 

작업실의 참나무들작업실의 참나무들

Max와 나는 같이 문틀작업을 시작했다. 한 사람이 나뭇결을 정돈하고 한쪽에 목공본드를 바른 후 무늬목을 올려 프레스에 넣었다. 무늬목작업이 끝나면 다른 사람이 루터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잘라냈다. 

절반정도 작업이 진행되었을 때, 잘라내는 부분들의 표면이 부서지기 시작했는데 모서리는 또 한 번 작업을 해야 했기에 나는 큰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을 끝냈다. 하루에 이 많은 양을 끝내다니, 나름 뿌듯해하며 퇴근한 다음날, 나는 같은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었다. 우리가 필요한 모서리의 수치는 2mm의 둥근 모서리였는데, 내가 루터로 잘라놓은 모서리들은 ±1mm 차이로 사용불가하다는 마이스터의 얘기였다. 

1mm 때문에.. 이걸 다시 진짜 다 한다고? 


혼자 하는 일이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막스도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연거푸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백 프로 루터의 칼이 무뎌진 것만이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마이스터가 와서 네가 말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나무의 습도, 본드의 양 그리고 무늬목의 결과 마름정도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거다,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말을 건넸다. 자책하는 것보다 실수가 생기면 어떻게 이걸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다행히 두 번째 시도에서 몇 가지 조정을 거친 결과 첫 번째 시도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물로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체력이 꽤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대량생산 과정을 해보면서 처음으로 몸에 무리가 오는 걸 느꼈다. 밤에 팔이 너무 저리고 아파서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렇게 일하다가는 진짜 몸이 남아나질 않겠네 싶었다. 이래서 체력싸움인 건가 , 운동 더 열심히 안 하면 좋아하는 일도 이제 못하겠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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