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라면
요양원의 한 어르신, 방안을 불시에 점검 당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분이 계신다. 멀리서 보아도 눈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계셨다. 다른 어르신들과의 교류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고, 오로지 방 안에서 홀로 머무르며 TV를 보는 것이 유일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 사실은, 그분이 단순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크고 겁이 많아 보이는 눈망울을 지닌 어르신은 예상치 못한 모습을 가지고 계셨다. 도벽이 심한 분이었다. 요양원 곳곳의 물건들이 어느새 그분의 방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방 어르신들의 물건은 물론, 요양원 곳곳에 비치된 휴지, 신발, 목욕용품, 수건, 비누, 샴푸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그분의 ‘목표물’이었고, 남몰래 손에 넣어 방 안 깊숙한 서랍장이나 침대 매트리스 밑에 숨겨두셨다.
직원들이 물건을 회수하려 조심스레 말씀을 드리면 어르신은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순순히 물건을 내어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같은 행동이 반복되었다. 결국 직원들은 어르신이 방을 비우실 때마다 몰래 수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방 안에서 지내실 때는 늘 불을 끄고 어둠 속에 계셨다. 방문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문틈으로 슬며시 바깥을 살피셨다. 귀를 쫑긋 세우며 작은 소음 하나도 놓치지 않으셨다. 마치 어딘가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사람처럼,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셨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밉지 않은 분이었다. 실패했을 때 그분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머금을 듯한 표정을 지을 때면, 왠지 모르게 안쓰러웠다. 공용 화장실의 휴지가 사라지는 것도, 다른 어르신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는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그 행동 너머에 숨겨진 깊은 외로움을 생각하면 쉽게 나무랄 수가 없었다.
어르신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옷 몇 벌만이 자리한 작은 공간. 가족의 방문은 거의 없었다. 남겨진 시간을 의미 없이 살아가는 듯한 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어떤 과거를 살아오셨기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닫고 계시는 걸까? 무엇이든 쌓아두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허전한 마음을, 사소한 물건들로라도 채우려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진짜 채워야 할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어르신은 웃음을 모르셨다. 과거의 상처가 남긴 흔적이 현재까지도 그분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드리는 것.
강요하지 않고,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조용히 함께하는 것.
누구나 가족의 사랑이 가장 크다. 삶은 그 사랑 속에서 빛나고, 또 그 사랑 속에서 스러져 간다. 어르신에게도 따뜻한 사랑이 전해질 수 있도록, 그 텅 빈 곳을 물건이 아닌 사람의 온기로 채울 수 있도록, 조금 더 다가가고자 한다. 남은 시간들이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그분의 눈빛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응원해 드리고 싶다.